누나가 일곱인 집안에서 장남으로 태어난 남편과 오빠가 넷인 집안에 고명딸인 아내는 서로 정반대인 환경에서 자랐다. 올해로 결혼 30년을 맞는 두 사람은 두 남매를 남부럽지 않게 잘 키웠고, 손자들의 재롱 속에 이제는 행복한 노후를 즐길 수 있는 여건이 됐다. 그러나 신혼 초부터 삐걱거렸던 부부 사이의 거리는 여전히 멀기만 하다. 술을 마셨다 하면 끝장을 보는 애주가 남편은 술자리를 인생의 즐거움으로 살다가 더 이상 집안에 자신의 자리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EBS가 15일 저녁 7시 30분에 방송하는 '달라졌어요'는 남편의 잦은 음주와 고된 시집살이로 인해 평생을 상처받고 황혼 이혼까지 고려하고 있는 아내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남편의 사례를 통해 위기에 놓인 60대 부부의 관계를 되짚어 본다. 누구 하나 반기는 사람이 없는 냉랭한 집안 분위기에 남편은 후회가 막심이지만 이미 아내의 마음은 꽁꽁 닫혀 버린 지 오래다. 호랑이 시어머니와 거친 시누이들의 등살에 모진 시집살이를 견뎌내야 했던 아내는 사는 게 인내심을 시험하는 과정 그 자체였다.
이 와중에 어려운 집안 살림까지 꾸려가야 했지만 남편은 늘 가정은 뒷전이고 술, 친구, 시댁 식구들이 먼저인 '남의 편'이었다. 취중 폭력도 서슴지 않았던 남편으로 인해 그야말로 악몽 같았던 결혼생활은 아내의 가슴에 지울 수 없는 상처와 깊은 한을 남겼다. 남편에 대한 원망이 뿌리 깊은 아내는 이제는 그저 복수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남편은 나름대로 술자리 횟수를 줄여보고 노력해 보지만, 아내는 입만 열었다 하면 거센 비난을 쏟아낸다. 아들의 냉담한 반응도 전혀 나아지질 않는다. 가정에서 점점 소외되어 가는 남편을 위로하는 건 또 다시 술뿐이다. 악순환이 계속되는 가운데 여차하면 몸싸움으로까지 번지는 부부의 극한 대립으로 집안은 늘 살얼음판이다. 부부는 과거의 앙금을 털어내고, 서로에게 소중한 황혼의 동반자가 되어 줄 수 있을까?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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