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위기에 시달리는 계열 건설사를 향한 대기업 그룹들의 지원이 잇따르고 있다. 한라그룹은 한라건설(업계 17위)에 3,400억원대 유동성 지원에 나섰고 동부건설은 그룹 회장이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주식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1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한라그룹은 한라건설 유상증자를 포함한 9,100억원 규모의 재무구조 개선대책을 이날 발표했다. 그룹 주력 계열사인 ㈜마이스터와 ㈜만도는 이날 각각 이사회를 열어 한라건설의 3,385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공동 참여하기로 의결했다.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도 유상증자에 50억원을 투자하고, 추후 비상장주식인 한라I&C 주식을 추가로 출연하는 방식으로 한라건설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는 두산그룹이 두산건설(업계 12위)에 1조원대를 긴급수혈(본보 2월 5일 16면)한 데 이어 올 들어 두 번째 대기업그룹의 계열 건설사 지원이다. 한라건설 관계자는 "당초 한라건설 유상증자 규모를 3.800억원으로 예정했으나 GS건설의 1분기 실적 쇼크 이후 한라건설 주가가 하락해 3,435억원으로 줄였다"고 말했다.
한라건설은 물류창고와 골프장 등 자산매각으로 5,600억원 규모의 자구노력을 병행키로 했다. 그룹의 지원과 한라건설의 자구노력이 완료되면 한라건설의 부채 비율은 지난해 말 556%에서 200% 이내로 낮아지게 된다. 증자 이후에는 수익성 위주의 공사 수주로 성장 기반을 다져나간다는 방침이다.
또 발전ㆍ환경ㆍ물류ㆍ정보기술(IT) 등 새로운 영역에 적극 진출해 총 매출 중 건설업 비중을 점차 줄여나가기로 했다. 회사명도 한라건설에서 ㈜한라로 바꿔 '탈(脫) 건설' 의지를 분명히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한라그룹 관계자는 "1조원에 육박하는 유동성 확보로 그 동안 외부에서 한라건설에 가졌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부건설은 이날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등 대주주가 보유한 138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주식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김 회장 등 대주주들은 지난해 동부건설 유상증자 때도 400억원을 출자했다. 동부건설은 올해도 보유 자산과 투자지분을 팔아 5,000억원 가량의 유동성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다.
업계의 관심은 다른 대기업그룹들도 유동성 위기에 처한 계열 건설사 지원에 나설 것인가에 쏠리고 있다. 전체 부채 중 회사채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 규모가 절반이 넘는 회사들이 주 관심의 대상이다.
한화건설은 올해 1조6,370억원 어치의 회사채와 PF 우발채무가 만기를 맞는다. 이는 전체 부채(2조7,070억원)의 60%에 달한다. 코오롱글로벌도 그룹 차원의 대규모 지원 가능성이 높은 기업으로 꼽힌다.
GS건설 저가 수주 역풍에 건설ㆍ조선株 대부분 하락
한편 GS건설의 '저가 수주' 부메랑 후폭풍으로 이날 해외 수주가 많은 건설사 주가가 대부분 떨어졌다. GS건설은 이틀 연속 가격제한 폭까지 밀렸고 삼성엔지니어링(-9.1%)과 대림산업(-2.69%)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저가 수주 후폭풍은 조선주로까지 확대됐다. 조선업체들은 해외 수주 의존도가 큰데다 선박 건조 기간이 길고 대금도 건조 단계별로 받기 때문에 건설업종과 상황이 비슷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받았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6% 하락했고 삼성중공업(-6.23%), 대우조선해양(-7.72%) 등도 큰 폭으로 내렸다. STX 그룹은 STX엔진이 하한가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STX(-12.87%), STX조선해양(-13.40%) 등 그룹 주 대부분이 10% 이상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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