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프로 축구리그가 시작된 것은 1983년 수퍼리그(K리그의 전신) 출범부터다. 당시 프로 축구는 5공화국의 3S(스포츠ㆍ섹스ㆍ스크린) 장려 정책의 일환으로 급조된 성격이 강했고, 이 때문에 자발적 응원 문화가 정착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한림대 이연주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한국 프로 축구에서 본격적으로 자발적 서포터 활동이 시작된 것은 1995년이다. 이 해 5월 6일 PC통신 하이텔의 축구동호회 회원들은 서울 동대문운동장에서 열린 유공 대 일화의 경기를 단체로 응원했다. 한국보다 늦게(1992년) 프로리그를 시작한 일본에서 울트라 니폰(국가대표팀 서포터스)이 결성된 것도 자극제가 됐다. 그러나 당시 한국 프로축구의 단체 응원은 특정 팀을 상대로 한 것이 아니었고 서울을 연고로 한 세 팀(유공, 일화, LG)을 번갈아 응원하던 방식이었다.
같은 해 12월 특정 팀(수원 삼성 블루윙즈)을 기반으로 한 최초의 서포터스 조직이 탄생했고, 1996년에 부산과 포항, 1997년엔 안양 등의 구단에 서포터스 조직이 꾸려졌다. 1997년에는 국가대표팀을 응원하는 서포터들이 '붉은 악마'란 이름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한국 프로축구 구단의 서포터스 조직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을 거치며 사실상 갖춰졌다. 대규모 거리응원이 이뤄졌던 2002년 한일월드컵은 서포터스 응원 문화가 일반 시민들에게까지 확산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서포터스가 아닌 사람들까지 '모여서 축구를 보는 행위'가 가진 흥미와 영향력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이후 월드컵이 열리는 4년마다 서포터스가 급증했다가 이듬해부터 줄어드는 식으로 부침이 계속됐지만, 전반적으로 축구 서포터스의 수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유럽이나 남미의 서포터스와 비교할 때, 한국 서포터스 활동은 응원 이외에도 축구 보급, 구단 홍보, 선진 응원 문화 확산 등 경기 외적인 분야까지 그 스펙트럼이 매우 광범위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유럽의 서포터들이 그저 즐기기 위해 경기장을 찾지만 한국 서포터들은 스스로 축구문화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활동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포터스 활동이 여전히 국가대표팀 및 K리그 일부 빅클럽 중심으로 이뤄진다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 실업리그인 내셔널리그의 올해 경기당 평균 관중은 530명에 불과하다. K리그 클래식(1부리그) 평균 관중 1만 1,207명의 20분의 1 수준이다. 이연주 박사는 "내셔널리그 구단이 철저히 지역색을 가져야 흥행에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지역팀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지역 밀착형 구단 운영이 필수적"이라며 "학교 축구팀이나 지역 조기축구팀 등을 경기장에 초청하는 등 지역 주민과의 유대를 늘려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영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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