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학교 수학 교사인 찰리 로빈슨(38)씨는 구덕운동장(부산교통공사 축구단 홈구장)뿐 아니라 내셔널리그에서도 이미 유명인사다. 홈경기는 무슨 일이 있어도 가고, 원정경기도 자주 가기 때문이다.
영국 바닷가 도시 브라이튼 출신인 로빈슨씨는 어렸을 때부터 브라이튼 앤드 호브 알비온 팀을 응원했다. 한때 4부리그에 머물던 팀이었지만 지금은 2부리그(챔피언십리그)까지 승격한 강팀. 그 팀을 상징하는 동물이 갈매기이고 유니폼 색깔은 파란색이다. 우연히도 부산교통공사 축구단과 완벽하게 일치한다. 그래서 그는 "부산교통공사를 알게 된 것은 나에게 일종의 운명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어떻게 서포터 활동을 시작했나?
"2009년 여름에 한국에 왔다. 사실 한국에 오기 전 부산에 축구팀이 있는지부터 먼저 알아봤다. 2개팀(부산 아이파크, 부산교통공사)이 있다는 걸 알고 정말 기뻤다. 처음엔 K리그 경기를 봤지만 우연히 부산교통공사 경기를 보게 됐다. 그 때 부산 팬들이 나에게 매우 친절하게 대해 준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다시 경기장을 찾았다. 이후 다른 외국인 친구들에게 부산교통공사 팀을 소개하고 서포터스에 초대했다."
원정 응원을 오는 것은 쉽지 않은데?
"그렇게 힘든 일은 아니다. 한국은 대중교통이 훌륭하고 자가용으로 이동하기에도 편한 나라다. 한국어를 잘 모르지만, 교통 표지판에 영어 표시가 잘 되어 있어 길을 찾기도 어렵지 않다. 우리는 원정 응원을 갈 때 경기만 보는 게 아니라 한국 문화 체험을 하기도 한다. 어제(5일)는 대구에 가서 야구경기를 봤고, 포항으로 이동해 찜질방에서 잠을 잤다. 그리고 오늘 강릉에 와서는 초당 순두부를 먹었다."
가장 기억나는 경기는?
"인천에 갔을 때다. 당시 부산을 응원하는 서포터스는 나와 내 아들(9세) 둘 밖에 없었다. 그 경기에서 부산이 경기 종료 직전 극적으로 골을 넣었는데, 선수들이 나와 아들에게 모두 달려와서 함께 축하했다. 정말 마술 같은 경험이었다. (다른 나라에서도) 많은 팀을 응원했지만, 이런 팀은 처음이다. 마치 한 가족 같다."
선수, 코치, 구단과도 교류를 하나?
"박상인 감독의 아들(부산교통공사 박혁순 선수)이 결혼을 할 때 초대를 받아 결혼식장에 간 적이 있다. 그리고 이번 시즌 시작 전에 구단 측에서 우리 서포터들에게 선수 경기복 색깔을 정할 기회를 줬다. 팬이 선수들 유니폼 색깔을 결정한다는 것은 정말 특별한 경험 아닌가?"
강릉=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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