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유해성이 없다고 발표한 가습기 살균제 성분을 환경부는 지난해 유독물로 지정했던 것으로 드러나 피해자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12일 환경부에 따르면 환경부는 지난해 9월 가습기 살균제의 폐질환 원인 물질 가운데 CMIT와 MIT를 유독물로 분류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가습기 살균제 사고 이후, 원인 물질로 제기된 물질을 검토했고 국제적으로 공인된 전문 실험기관의 데이터를 가져와 유해성 심사를 한 결과 유독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복지부 소속 질병관리본부는 지난해 2월 동물 실험 결과, 폐가 딱딱해지는 섬유화 등 이상 소견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환경부의 독성 분석은 CMIT와 MIT 물질 자체의 유해성을 따진 것인데 반해 우리 실험은 이 성분이 들어간 제품으로 실험했기 때문에 결과가 다를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환경부 관계자는 "해당 성분들이 가습기 살균제에 들어갔더라도 함량이 적거나 비율이 차이가 있기 때문에 분석 결과가 다를 수 있지만 물질 자체에 독성이 있는 것은 맞다"고 밝혔다.
국립환경과학원 위해성평가연구과 관계자도 "쥐 10마리를 공기 1ℓ당 0.33㎎ 농도의 CMIT와 MIT에 하루 4시간 동안 노출 시키면 2주 안에 절반(5마리)이 사망할 정도로 유해하다"면서 "단 살균제에 들어가는 CMIT와 MIT농도는 이보다 180배 정도 낮다"고 밝혔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이 같은 복지부와 환경부의 상반된 태도에 대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CMIT와 MIT 성분이 함유된 살균제를 사용하다가 8개월 된 딸을 잃은 고모씨는 "환경부가 유독물로 지정해 관보에 공고했다는데 복지부가 CMIT와 MIT의 유해성을 다시 확인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피해자들이 그 동안 얼마나 애태우고 있었는지 안다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비난했다.
보상도 늦어져 피해자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현재까지 폐손상조사위원회에 접수된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례는 357건으로 민간위원들은 정확한 조사를 위해 폐 CT촬영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복지부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늦게라도 조사위가 정확한 인과관계를 규명한다 해도 정부로부터 직접 보상 받기도 어렵다. 정부가'피해자가 제조사로부터 개별소송을 통해 배상 받도록 한다'는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제조물책임법에 따라 기업과 개인간 소송을 통해 배상 받는 것이 원칙"이라며 "희귀성 난치병도 아니기 때문에 특별법이나 기금이 마련되지 않는 이상 피해자들을 지원할 근거나 방법은 현재로선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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