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구시보도 “북한 포기론은 유치하고 극단적, 중국은 한미일 편에 서선 안돼”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북한이 핵 무기를 개발할 수 밖에 없는 것은 미국이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해 소멸시키려 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의 핵실험 후 ‘북한포기론’까지 묵인했던 중국이 갑자기 한반도 긴장의 근원을 미국으로 돌리면서 사실상 북한을 감싸고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신화망은 12일 홈페이지 첫 기사로 올린 ‘북한이 핵 게임을 고수하는 배경’에서 “서방 매체들은 북한이 현재의 위기를 만들었다고 비판하지만 미국도 비난을 피하긴 힘들다”며 “북한이 한반도 냉전 종식을 여러 차례 제안했지만 워싱턴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는 것을 고집스럽게 거절해왔다”고 지적했다. 신화망은 이 기사에서 “미국은 말뿐 아니라 실제로도 자신의 적대감을 증명해 왔다”며 “미국은 북한과 평화공존하기 보다 북한이란 나라를 소멸시키려 했다”고 강조했다. 신화망은 “10년 전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악의 축’으로 명명했다”며 “함께 ‘악의 축’으로 지목된 이라크가 미국의 공격을 받아 정권이 전복되고 지도자가 살해되는 것을 지켜본 평양이 히스테리에 걸린 것은 이상할 게 없다”고 옹호했다. 이 글은 나아가 “북한은 이스라엘, 파키스탄, 인도가 핵 무기를 보유한 뒤 공격을 받기는커녕 미국의 원조를 받은 것을 알고 있다”며 “결국 미국의 정책이 핵 무기가 없으면 안전하지 않다는 악순환을 전세계에 초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환구시보(環球時報)도 이날 사설에서 “북한을 버리자는 주장은 지나치게 유치하고 극단적인 선택”이라며 일각의 ‘북한포기론’을 정면 반박했다. 이 신문은 “북한은 중국의 지정학적 정치 최전선”이라며 “한국과 일본이란 전략적 지지 세력을 가진 미국이 아시아로 회귀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은 여전히 한미일에 대응하는 중국의 보호벽”이라고 밝혔다. 환구시보는 “중국이 북한을 먼저 버릴 순 없다”며 “대북 정책의 일부 조정은 피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이러한 조정이 한미일과 같은 편이 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중국 관영 언론의 이러한 태도는 북한의 제3차 핵실험 후 중국 일각에서 ‘북한포기론’이 나오고 반북 시위가 열려도 묵인하던 지금까지의 태도와 전혀 다른 것이다. 중국이 북한의 주장을 다시 되풀이하면서 미국을 맹비난한 것은 미국이 한반도에 최첨단 무기를 잇따라 투입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있다. 13일 방중하는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의 대북 압박 요구에 선수를 친 측면도 없지는 않다. 일각에서는 국제사회 여론을 의식, 북한을 비판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해 온 중국이 결국 공산당의 이익을 위해 본색을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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