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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 메인/포르투갈의 마약 실험 12년, 성공인가 실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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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 메인/포르투갈의 마약 실험 12년, 성공인가 실패인가

입력
2013.04.12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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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수도 리스본의 건물 1층에 위치한 마약중독위원회 사무실로 하얀색 폴로 셔츠를 입은 19세 소년이 들어섰다. 그는 해시시(고농축 대마 기름을 가루로 만든 것으로 대마초보다 환각성이 강하다)를 갖고 있다 경찰에 적발돼 위원회로 보내졌다. 사회복지사는 1시간 반 동안의 상담을 통해 그가 농업학교에서 직업훈련을 받는 중이고 부모와 함께 살고 있으며 약물 소지로 걸린 것은 처음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복지사는 노트에 “여가용 마약 소비자, 현재로선 위험요소 없음”이라고 적었다. 심리학자와 변호사가 약물의 위험성을 주지시킨 뒤 그에게 귀가를 허락했다. “당신이 여기 왔다는 것을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을 것이며 기록에도 남지 않습니다.” 변호사가 말했다. “하지만 이런 일이 또 일어나면 그때는 문제가 심각해질 겁니다.”

포르투갈 정부가 자국민의 마약 소비를 처벌하지 않기로 한 지 12년이 지났다. 전세계가 마약과의 전쟁을 치를 때 ‘마약 비범죄화’로 승부수를 던진 포르투갈의 거리는 어떤 모습일까.

“마약 중독자는 범죄자 아닌 환자”

2001년 7월 포르투갈이 마약 사용ㆍ소지에 대한 형사처벌을 폐지하는 법안 20/3000을 도입하자 전세계적으로 논란이 일었다. 정부는 거래 목적이 아닌 자신이 사용하기 위해 소량의 마약을 구매하거나 소지한 사람에 대해선 체포도 구속도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포르투갈 국민은 누구나 마리화나 25g, 해시시 5g, 코카인 2g, 헤로인 1g 미만의 약물을 소지할 수 있게 됐다. 물론 72시간 내에 마약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경찰은 소지한 마약이 허용치를 넘으면 거래상으로 간주해 재판을 받게 하고 중독자로 판단되면 치료시설로 보낸다. 당시 마약으로 골머리를 앓던 중남미와 유럽의 국가들은 포르투갈의 급진적인 정책에 대해 “리스본이 마약 중독자로 넘쳐날 것” “암스테르담처럼 마약 관광객들의 메카가 될 것” 이라고 우려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포르투갈의 도박이 성공이라고 평가하기는 이르다. 법 발효 후 12년 간 마약을 소비하는 10대 청소년은 줄었으나 성인의 마약 소비는 늘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유럽 대부분 국가들의 성인 마약 증가율을 보면 실패라고 하기도 어렵다. 특히 마약 중독자들의 재활 치료율이 현격히 높아진 것은 주목할 만하다. 마약 중독의 다음 수순인 에이즈 감염 비율도 눈에 띄게 낮아졌다.

“마약 중독자는 범죄자가 아니라 환자입니다.” 내과의사 조아오 고울라오는 20/3000법이 탄생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정부가 1990년대 중반 마약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소집한 11명의 전문가들 중 하나였다. 당시 포르투갈의 상황은 최악이었다. 전체 인구 1,000만명 중 심각한 마약 중독자가 10만명이 넘었다. 에이즈 감염자는 세계 최고 수준까지 올라갔다. TV와 신문은 마약에 중독돼 길거리와 차도에 널브러진 사람들의 모습을 연일 내보냈다.

“80년대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서 싸게 흘러 들어온 헤로인이 유럽을 강타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포르투갈의 타격은 심각했죠. 사람들은 약물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조차 모를 정도로 순진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마약 중독자에게 필요한 것은 처벌이 아닌 치료’라는 고울라오의 주장은 현실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정부는 넘쳐나는 마약 중독자들을 감옥에 몰아 넣기보다 한번 더 기회를 주는 것이 낫다는 데 동의했다. 어차피 범죄자를 체포하고 수용할 예산도 부족한 상태였다.

“분명한 것은 마약을 합법화한 게 아니란 겁니다. 비범죄화와 합법화는 다르죠.” 고울라오 박사는 정부가 국민을 마약 소굴에 방치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의 말처럼 포르투갈에서 마약은 여전히 불법이다. 다만 마약 사용자를 범죄자가 아닌 도움이 필요한 대상으로 보게 된 것뿐이다. “우리는 마약에 관해 기적같은 치료법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마약 비범죄화가 최소한 12년 전보다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았다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마약없는 세상은 없다?

윤리적 논란에도 불구, 포르투갈의 마약정책은 지난 수년간 중남미 국가들의 롤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2009년 멕시코는 헤로인이나 코카인 소지로 적발돼도 개인적 용도로 소량만 갖고 있을 경우 징역형을 선고하지 않는다는 법을 발효시켰다. 같은 해 아르헨티나 법원은 대마초 보유 혐의로 기소된 청년 5명에게 “사적인 공간에서 개인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것이라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브라질 우루과이 콜롬비아도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그러나 반대 세력은 여전하다. 20/3000법의 대표적인 반대파인 마누엘 핀토 코엘로 박사는 마약 중독자들을 치료할 때 쓰는 진통제 메타돈에 수만명이 중독돼 있다고 주장했다.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포르투갈이 마약없는 세상을 일찌감치 포기했다는 사실입니다. 누구나 마약을 소지할 수 있는 섶璨【?어떻게 어린이들을 보호할 수 있겠습니까? 사람들을 마약에서 구하는 최선의 방법은 억제입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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