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군부가 군의관들에게 부상당한 시위대를 마취하지 말고 수술하라는 명령을 내린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다. 입원한 시위대를 구타하거나 감금하는 등 가혹행위를 했다는 증언도 잇따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 산하의 조사위원회가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군과 경찰의 위법행위를 조사한 자료를 입수해 11일 보도했다. 이 자료는 국가 차원에서 시민들을 상대로 한 가혹행위를 처음으로 인정한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이집트 카이로에서 대규모 반 군부 시위가 발생한 직후 코브리 엘 코바 군병원으로 이송된 부상 시위자들이 마취나 소독을 하지 않은 채 수술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시위로 2명이 사망하고, 400여명이 부상했다.
병원 관계자들과 시위대들의 증언에 따르면 군의관들은 시위대에게 마취나 소독을 하지 말라는 명령을 받았다. 환자들을 폭행, 폭언하고 일부는 병원 지하실에 감금한 사실도 드러났다.
군부가 시위대를 진압하기 위해 폭력조직을 동원한 정황도 포착됐다. 군에 의해 고용된 폭력 조직원들은 군 병력과 함께 이동하고 식사를 했으며 군 간부에게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위원회측은 이런 조사결과에도 정부가 미온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변호사와 인권활동가, 희생자 유족, 정부 관료 등 16명으로 구성된 위원회는 1,000쪽 분량의 자료를 1월 정부에 제출했지만, 이집트 정부는 공식적인 발표를 꺼리고 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이집트 담당자인 헤바 모라예프는 “정부는 자료에 담긴 진실을 국민이 잊기를 원한다”며 “군부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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