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m 깊이 맨홀에 빠진 초등학생 누나가 까치발로 1시간을 버텨 동생을 익사 위기에서 구해냈다.
서울 성북소방서는 11일 오후 7시쯤 강북구 송중동의 체류지 펌프장 내 화단에서 허모(11)양과 남동생(10)이 8m 깊이의 맨홀로 추락했다가 1시간 20여 분만에 구조됐다고 12일 밝혔다. 해당 맨홀은 체류지 펌프장의 지하물탱크와 연결되는 가로 2m, 세로 0.6m 크기의 사각형이다.
이 사고로 누나 허양은 귀에 가벼운 찰과상을 입고 남동생은 저체온증세를 보여 인근 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은 뒤 바로 퇴원했다. 당시 남매는 공부방 수업이 끝나고 또래 친구들과 함께 귀가하던 중 맨홀 주변을 뛰어다니며 놀다가 변을 당했다. 사고 당시 맨홀 뚜껑은 닫힌 상태였으며 물이 차 있어 다행히 큰 상처는 입지 않았다. 사고 현장에는 이들 남매 외에도 동네 아이들이 다수 있었다.
구조에 참여한 소방대원은 "구조 당시 누나 허양은 턱 밑까지 물이 차 있던 위급한 상황에서 까치발을 한 상태로 동생을 안고 있었다"며 "맨홀에는 1.2m의 물이 차 있어 남매가 침착하게 대처하지 않았다면 생명이 위험할 뻔 했다"고 전했다. 누나의 키는 120~130cm, 남동생은 110cm 정도인 것으로 전해졌다.
강북구청 관계자는 "2001년 지어진 맨홀의 철근 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파악돼 시설 노후가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닌 것 같다"며 "평소에 해당 맨홀 위로 차가 다니거나 성인이 밟아도 이상이 없었지만 6~7명이 아이들이 동시에 뛰어 순간적인 충격이 전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경찰과 소방당국 등 관련 기관은 정확한 사고원인을 조사해 보상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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