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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검찰개혁에 수사(修辭)는 필요 없다

입력
2013.04.12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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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동욱 검찰총장이 일선 수사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검찰수사의 정치적 독립성 확보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 선언을 이행할 개혁안 마련이다. 제도적 뒷받침 없는 선언은 허언이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검찰을 향한 국민의 시선은 싸늘하고 매섭다. 채 총장이 환골탈태를 약속해도 잘 믿지 않는 분위기다. 국민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말이 검찰개혁이다. 그럼에도 검찰은 달라지지 않았고, 달라졌음을 느끼게 해주지도 못했다. 위기 때마다 개혁을 외쳤지만 늘 미봉에 그쳤다. 지난해 권력비리 부실 수사, 검사들의 각종 비리와 추문, 검란과 한상대 검찰총장의 불명예 퇴진 등은 검찰 환부가 곪아 터진 목불인견의 사태였다. 그리고 어김없이 개혁 카드가 또 등장했다. 이번에는 다를까. 결과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개혁이라는 말과 시간의 힘을 빌려 어물쩍 넘어가기엔 검찰에 대한 시대와 국민의 요구가 엄중하다는 점이다.

채 총장은 검찰개혁을 위해 수사(修辭)보다는 구체적이고도 근본적인 해법을 찾아 실행하는데 진력해야 한다. 수사 불개입 선언만 해도 단순히 '개입하지 않겠다'가 아니라 '앞으로 서울중앙지검장의 주례 보고를 받지 않겠다'고 했다면 의미가 달라졌을 것이다. 대검중수부가 없어지면 서울중앙지검장은 특별수사부서를 직접 지휘하는 사정수사의 중추가 된다. 역대 검찰총장들은 매주 서울중앙지검장으로부터 수사 보고를 받고 지시를 내렸다. 그러니 늘 정치적 독립성과 공정성 시비에 휘말렸다. 한상대 전 총장이 수사팀 의견을 묵살하고 최태원 SK㈜ 회장에게 양형기준보다 낮은 형량을 구형하도록 지시한 의혹이 좋은 예다. 더 나아가 채 총장이 일본처럼 서울중앙지검장의 검찰총장 직행을 제도적으로 차단하거나 적어도 그런 관행을 정착시키겠다고 했다면 개혁의지가 무겁게 다가왔을 것이다. 개혁의 진정성은 의지와 실천이 함께 할 때 빛을 내는 법이다.

더불어 채 총장은 검찰개혁을 위한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대검중수부 폐지는 검찰개혁의 핵심이 아닐 수 있다. 검찰로서야 이 문제가 쟁점화해 다른 문제들이 덮어진다면 그보다 더 좋은 카드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상설특검ㆍ특별감찰관제 도입이 확실한 마당에 중수부가 없어진다 해서 전체 비리 수사가 약화할 것이라 보는 이는 별로 없다. 중수부 폐지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것은 검찰뿐이다. 국민 눈에는 중수부든 상설특검이든 매한가지다. 검찰개혁의 핵심은 검찰 스스로 자신의 힘을 빼는 것이다. 독자수사권, 기소독점권, 영장청구권, 수사지휘권 등 검찰이 쥔 권한과 권력을 나누고 축소해서 견제가 이뤄지게 만드는 것이다. 과감하게 수사권을 경찰과 공유하는 것도 방법이다.

과거를 돌아보자. 명백한 증거도 없이 피의자를 기소했다가 무죄가 나도 검찰이 책임을 지거나 사과를 하기는커녕 "수사와 기소는 정당했다"고 강변한 경우가 어디 한두 번이었나. 권력 입맛에 맞는 수사와 결과를 내놓고도 오만과 독선에 사로잡혀 반성도 없고 부끄러움도 느끼지 못하는 이런 병폐를 뜯어고치지 않으면 검찰개혁은 이룰 수 없다.

무엇보다 폐쇄적이고 경직된 검찰조직 문화를 깨야 한다. 그러려면 검찰청법이 규정한 이른바 '검사동일체의 원칙'을 과감히 손질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검찰은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철저한 상명하복 관계로 이루어진 조직이다. 그러다 보니 법보다 상관의 명령이 우선하는 경우가 많았다. 법과 원칙에 어긋나도 수장 지시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수장은 몇몇 핵심 보직에 학연, 지연으로 얽힌 '자기 사람'을 앉혀 손쉽게 조직을 장악ㆍ통솔했다. 그로 인한 폐해는 검찰 스스로 잘 알 것이다. 채 총장은 검사동일체 원칙에 메스를 들이대 검사 개개인이 준사법기관으로서 독립적으로 양심에 따라 수사할 수 있도록 보장해줘야 한다. 이 같은 방안들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검찰개혁이 화두가 될 때마다 나온 단골 메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수사(修辭)가 아니라 채 총장의 의지와 선택과 실천이다.

황상진 부국장 겸 디지털뉴스부장 apr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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