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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軍 인사의 정치화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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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軍 인사의 정치화 유감

입력
2013.04.12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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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김영삼 정부 출범이래 지금까지 20년간 정치권이 군을 보는 시각은 어땠을까. 과거의 소위 '군사정권 32년'에 대한 일종의 반감을 군이 따갑게 느끼기에 충분하였다. 군이 국가안보에 꼭 필요한 조직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신뢰의 눈길을 주지 않는 야누스적 운영을 해온 것이다. 지구촌에 남은 유일한 분단국가이자 휴전상태 하에서 남·북이 군사적 충돌을 일으키며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나라치곤 참으로 대담한 정치행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던 중 근래에 천안함 및 연평도 피격사건을 비롯한 일련의 군 관련 사건 등으로 군 개혁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어느 때 보다도 드높았다. 그러나 군 개혁에 대한 정치권의 인식과 의지와 전문성 결여로 답보상태이다. 모든 문제에는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 있게 마련이다. 이제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군의 장성급 정기인사를 앞두고 있다.

지난 김대중 정부 후반기부터 지금까지 10년 이상 동안, 우리나라 영토의 3분의 2인 영공(領空)과 영해(領海)를 방위하는 막중한 책임을 수행하는 해군작전사 및 공군작전사의 사령관 출신들이 단 한 사람도 진급하지 못하고 있다. 이 두 직책은 군내에서 자타가 인정하는 해ㆍ공군을 대표하는 핵심요직으로, 해당 군 병력의 3분의 2 정도 규모를 지휘하며 24시간 작전대비태세를 유지하는 고도의 군 기강이 요구되는 직책이다. 이렇듯 임기 내내 사생활도 접은 채 작전대기상태 하에서 오로지 영해와 영공 방위에 불철주야 몰두하는 그들이 진급하느냐의 여부는 단지 개인차원의 문제를 넘어 해ㆍ공군 전체의 작전대비태세 및 군 운영유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데에 그 심각성이 있다. 그동안 수많은 해ㆍ공군 고위 장교들의 근무자세에 굳이 작전사 등 힘든 요직이나 부서를 거치지 않고도 대장 및 참모총장에 오를 수 있다는 풍조가 만연된 것이다. 최근 국민적 질타를 받은 안보위기 하에서의 해·공군 수뇌부 골프파동은 그러한 흐름의 결과이다.

그동안 진급이 안 되는 직책으로 굳어진 해·공군 작전사령관과 그 부대원들의 근무사기는 어떠했겠는가. 한편으론 인사권자의 무관심 속에 타군과 불균형하게 기수파괴를 10여 년간 계속해왔던 해병대사령관 인사는 해병대 위상 및 사기 저하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기수존중을 자랑하던 우리 해병대 병사들 사이에도 '기수열외' 라는 신조어를 낳게 하였다. 어른들의 행동은 아이들이 보고 따라 하게 된다.

이렇듯 정권이 바뀔수록 군 인사를 국가방위나 강군운영 차원이 아닌 정치적 내지 정무적 판단으로 다루는 현상이 심화되어 급기야 이명박 정부에서는 국군의 최고사령관인 합참의장에 합참 근무경험이 전무한 육군 장성을 임명하기에 이르렀다. 정보 문외한인 행정공무원을 국정원장에 앉힌 것과 다름 아니다.

군 인사는 무형전력인 사기와 군기에 직접 영향을 주므로 작전이나 훈련을 포함한 모든 군 운영과 무관할 수가 없다. 이것이 바로 군 인사에 여타 정부기관과 동일한 정치적 잣대를 적용해선 안 되는 이유이다.

정치적 판단에 의한 군 운영은 잃은 게 훨씬 많다. 군내의 공감을 잃은 인사는 불신과 악습을 유발하여 '상하동욕자승'(上下同欲者勝)의 달성이 어렵다. 군의 결속과 사기에 심대한 해가 되는 또 다른 행위는 바로 군인이 정치권에 줄을 대어 군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하게 하는 일이다. 그것은 곧 장관의 영을 와해시켜 군 운영 및 지휘에 치명적이다. 군인들은 정치권에 눈을 돌리지 말아야 한다. 그게 바로 헌법정신과 군의 명예와 군인의 정도를 지키는 길이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 군 인사권자의 무리한 정치적 잣대와 정치권에 줄을 대려는 군인들이 공존하는 한 이러한 작태는 지속될 것이다. 장관에게 군 인사권을 실질적으로 대폭 위임하여 안팎에서 야기되는 군의 정치화를 차단해야만 군대다운 군대 육성의 기본여건이 마련될 것이다.

/김일수 전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장ㆍ정치학 박사

김일수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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