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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지 보수 미루다... 둑 터져 도로·상가 덮쳤다

입력
2013.04.12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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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준공 50년이 된 경북 경주시 산대저수지의 둑이 붕괴되면서 인근 도로와 농경지, 상가 등이 침수돼 주민대피령이 내려졌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12일 오후 2시 30분쯤 경북 경주시 안강읍 산대리 산대저수지 둑이 터지면서 17만톤 가량의 물이 인근 농수로와 도로 등을 따라 안강공설운동장과 상가, 농경지를 덮쳤다. 인근 운동장 주차장에 세워둔 차량 10여대가 침수되고, 상가와 20여 채의 저지대 주택 현관 등이 토사와 흙탕물에 잠겼다. 또 농경지 1만㎡ 가량이 침수됐으나 재배중인 작물이 없어 큰 피해는 없었다. 인근을 지나는 국도 28호선도 통행이 한동안 통제됐다.

수문 주변 흙 유실로 둑 아랫쪽에 구멍 생겨

이날 사고는 길이 210m, 높이 12.2m 가량의 산대지 제방 오른쪽의 용수로로 물이 빠져 나가는 수문(사통) 주변의 흙이 유실되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용수로는 둑에서 논밭으로 물이 이동하는 통로이다. 마을 주민들은 이날 오후 2시쯤 수문 주변에서 물이 새는 것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사고소식을 접한 안강읍사무소는 즉각 주민대피령을 내리고, 굴삭기 1대를 동원해 긴급복구조치에 나섰다. 하지만 제방은 강한 수압을 이기지 못했고, 둑 아랫쪽에 뚫린 구멍이 점차 커지며 끝내 제방 상단부가 20여m까지 무너져 내렸다.

주민 1,000여명이 인근 초등학교 등으로 긴급 대피했지만, 피해가 크지 않아 귀가조치했다.

주민 이성덕(42ㆍ헬스장 운영)씨는 "갑자기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대피하라는 방송이 나왔다"며 "밖으로 나와 보니 산대지에서 운동장 쪽으로 검붉은 흙탕물이 밀려왔다"고 말했다. 이씨는 "제방이 갑자기 붕괴된 것이 아니라 둑 아랫쪽 구멍이 커지면서 무너졌고 물길이 운동장과 배수로 쪽으로 분산돼 천만 다행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인근 아파트 관리소장 박대규(46)씨는 "운동장 맞은편 아파트는 상대적으로 지대가 높아 침수피해가 크지 않았다"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황당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사고가 나자 경주시와 119구조대, 군인, 경찰 등 400여명이 출동해 진흙더미로 덮인 도로를 물로 씻어 내는 등 복구작업을 벌였다.

사고원인은 제방관리 부실

이번 사고의 원인은 제방 관리부실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또 하나의 인재라는 것이다.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이 저수지는 1964년 축조된 총 저수량 24만5,000톤 규모로, 12일 현재 저수량은 만수위에 육박한 99% 수준이었다. 농어촌공사의 관계자는 "물이 제방 아랫부분에 난 구멍으로 새기 시작한 점으로 미뤄 수위가 높아지자 제방에 가해지는 수압이 커져 구멍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한 달 전 안전점검에서 보수가 필요한 D등급으로 분류됐으나 안전관리인을 두지 않아 화를 자초했다는 것이 지역 주민들의 주장이다.

경찰은 한국농어촌공사 등 저수지 안전관리책임자 등을 대상으로 사고원인과 관리소홀 여부를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저수지가 오래된데다 흙으로 축조된 제방이 관리부실로 수압을 이기지 못해 구멍이 생기면서 무너진 것으로 보인다"며 "관리소홀이 확인되면 관련자를 사법 처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경주=김성웅기자 ks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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