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지를 비관한 50대 식당 주인이 서울 도심에서 권총으로 자살했다. 이 권총은 밀수입 된 것으로 보여 경찰의 총기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따르면 1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의 한 식당 안에서 식당 주인 오모(59)씨가 머리에 권총을 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오씨는 사고 전날인 11일 3년 전부터 별거 중이던 전처 장모(55)씨와의 이혼소송에서 최종 이혼판결 통지를 받았다. 장씨는 “11일 저녁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남편을 만나 함께 식사를 하며 약간의 술을 나눠 마시고 헤어졌다”면서 “문자메시지를 보내도 응답을 안 해 12일 오전 9시20분쯤 식당에 찾아갔고 인기척이 없어 경찰과 119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오씨는 오른쪽 관자놀이에 총상을 입은 채 침대에 쓰러져 있었고 오른손에 총을 쥔 채였다. 탄피는 오씨의 오른편에 떨어져 있었으며, 탄창에 남은 실탄은 없었으나 베개 밑에서 실탄 1발이 추가로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외부 침입흔적이 없고 총상 외에 다른 외상이 없는 것으로 미뤄 자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씨가 사용한 권총은 미국 제닝스사에서 1989년부터 2년간만 제작한 22구경 J-22 모델로 국군과 경찰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돼 밀수입 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평범한 식당 주인이 어떻게 밀수입 된 권총을 소지하고 있었는지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찰의 현행 총포, 화약류 단속은 소유자가 총기를 자진 신고하기 전까지는 관리가 안돼 밀수된 총기가 더 있을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밀수품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경찰과 군이 합동수사를 통해 권총과 실탄의 입수 경로를 확인 중”이라며 “가족들도 오씨가 권총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확인돼 대공 용의점에 대해서도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오씨가 최근 일주일 가량 식당 영업을 하지 않는 등 이혼 외에 금전적인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정확한 사건 발생 경위를 조사 중이다.
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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