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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를 외면하는 사회는 자멸할 것이다" 링기스의 공동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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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를 외면하는 사회는 자멸할 것이다" 링기스의 공동체론

입력
2013.04.12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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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 명예교수인 저자(80)는 세계각지를 여행하며 겪은 자신의 체험에 철학, 미학, 문화인류학을 접목시킨 독특한 철학자다. 젊은 시절 메를로퐁티, 레비나스, 클로솝스키의 난해한 프랑스 책들을 영어로 탁월하게 옮기며 학계 주목을 받았고, 국내 학계에도 알려졌다. 재작년 부산에서 열린 제 1회 세계인문학대회에 참석해 새로운 휴머니즘의 필요성을 설파한 바 있다.

링기스가 말하는 휴머니즘을 요약하면 '타자와의 관계에서 겪는 사건들, 마주침들, 대면행위들, 접촉들이 인간 삶을 자극하고, 인도하며 지도한다'는 것으로, 개인의 이성적 의사결정보다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신작은 1994년 쓴 대표작 중 한 권으로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한 '공동체론'을 발전시킨다. 저자는 인류가 공통의 정치ㆍ경제 질서를 세우고 누구라도 납득할만한 합리적인 이유를 제시하는 '합리적 공동체'를 표방해왔다고 말한다. 개인은 소속된 사회의 언어, 역사, 지식을 익히면서 개개인의 고유성을 상실한다. 이런 '합리화 과정'에서 저항하는 자, 도태되는 자는 정신질환자, 위험인물로 낙인 찍힌다. 근대 합리주의는 자신들을 대변하는 과학기술을 근거로 이런 타자들을 희생시킴으로써 공동체를 유지하고 확대, 재생산해왔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하지만 이런 폭력을 완전히 배제한 공동체가 가능할까?

저자는 자신이 인도 남동부 해안도시 마하발리푸람을 여행하는 도중 겪었던 일화를 소개한다. 당시 심한 풍토병에 걸려 정신을 잃었을 때, 낯선 네팔인이 다가와 아무런 대가 없이 자신을 도와주고 병원에 옮긴 뒤, 홀연히 사라졌다. 그는 그 후 네팔인을 떠올리며 낯선 사람과 형제가 된다는 것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 평생을 노력했다.

'우리 사회는 길 위의 노숙인이나 빈민촌의 사람들, 비정상이라 낙인찍힌 채 병원에서 죽어가는 정신질환자 등 타자의 죽음을 방치하고 조장하고 있지 않은가? 병원에서든 빈민촌에서든 외롭게 홀로 죽어가는 타자를 외면하는 사회는 급속히 자멸할 것이다.'

링기스는 근대 합리화 기준을 뛰어넘어 타자와 공유할 수 있는 공통점은 '죽음을 맞이하는 일'이며 '타자가 혼자 죽지 않도록 타자를 위로하는 것'이 보다 심층적 차원의 공동체를 이루는 길이라고 말한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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