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그룹이 건설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계열사 한라건설(업계 17위)에 3,400억대의 유동성 지원에 나선다. 두산그룹이 두산건설(업계 12위)에 1조원대 지원에 이어 두 번째 대기업집단의 계열 건설사 지원이다.
한라그룹은 한라건설에 대한 유상증자를 포함 9,100억원 규모의 재무구조 개선대책을 마련했다고 12일 밝혔다. 그룹 주력 계열사인 ㈜마이스터와 ㈜만도는 이날 각각 이사회를 열어 한라건설에 3,38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공동 참여하기로 의결했다.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도 50억원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추후 비상장주식인 한라I&C 주식을 추가로 출연하는 방식으로 추가 증자할 계획이다. 한라건설 관계자는 "당초 한라건설 유상증자 규모를 3.800억원으로 예정됐으나 GS건설의 1분기 실적 쇼크 이후 한라건설 주가가 하락해 3,435억원으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한라건설은 물류창고와 골프장 등 자산매각으로 5,600억원 규모의 자구노력을 병행한다. 그룹의 지원과 한라건설의 자구노력이 완료되면 한라건설의 부채 비율은 지난해 말 556%에서 200% 이내로 낮아지게 된다.
한라건설은 증자 이후에는 수익성 위주의 공사 수주로 성장 기반을 다져나간다는 방침이다. 또 발전ㆍ환경ㆍ물류ㆍ정보기술(IT) 등 새로운 영역에 적극 진출해 총매출 중 건설업 비중을 점차 줄여나가기로 했다. 회사명도 한라건설에서 ㈜한라로 바꿔 탈(脫) 건설 의지를 분명히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라그룹 관계자는 "1조원에 육박하는 유동성 확보로 그 동안 외부에서 한라건설에 가졌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업계의 관심은 재무건전성이 악화된 건설사를 거느린 다른 대기업들도 지원에 나설 것인가에 쏠리고 있다. 전체 부채 중 회사채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 규모가 절반이 넘는 회사들이 주 관심의 대상이다. 한화건설은 올해 1조6,370억원 어치의 회사채와 PF 우발채무 만기가 도래한다. 이는 전체 부채(2조7,070억원)의 60%에 달한다. 코오롱글로벌(64%)과 동부건설(49%)도 절반이 넘거나 육박해 언제든지 그룹 차원의 대규모 지원 가능성이 높은 기업으로 꼽힌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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