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초반부터 프로야구 구원왕 경쟁이 뜨겁다.
구원왕 타이틀만 5번 거머쥔 오승환(31ㆍ삼성)이 좀처럼 등판 기회를 못 잡아 11일 현재 달랑 1세이브만 수확한 가운데 손승락(31ㆍ넥센), 봉중근(33ㆍLG)이 2파전을 형성하고 있다. 팀이 거둔 6승을 모두 마무리한 손승락은 6세이브로 부문 1위에 올랐고, 봉중근은 5세이브로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오승환에 밀려 2인자에 머물렀던 손승락의 약진이 돋보인다. 손승락은 지난해 33세이브를 올려 데뷔 이후 최고 기록을 세웠지만 쟁쟁한 경쟁자들에 밀려 4위에 그쳤다. 이 아쉬움을 털어내기라도 하듯 손승락은 시즌 초반 쾌조의 출발을 하고 있다.
손승락이 지난 시즌과 달라진 점은 확실한 결정구가 생겼기 때문이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지난해에는 커터의 변화가 적어 상대 타자가 직구 타이밍에도 대처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종으로 떨어지면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승락은 "확실한 결정구가 생겨 자신감이 붙었다"며 "요즘 마무리 보직이 너무 재미 있다"고 웃었다.
지난해 선발에서 마무리로 보직을 바꾼 봉중근은 한결 여유가 생겼다. 1년 간의 경험이 약으로 작용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어깨 통증으로 시즌 준비가 완벽하지 않았지만 노련함으로 이겨내고 있다. 또 자신의 앞에 듬직한 정현욱이 버티고 있어 심적으로 편해졌다.
봉중근은 시즌 개막에 앞서 "오승환과 경쟁하고 싶다"고 당차게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예상보다 몸이 빨리 올라와 힘을 잔뜩 실어 던질 수 있다"면서 "몸은 아직 100%라고 할 수 없지만 마음과 머리는 100%다. 블론 세이브를 줄여 김용수, 이상훈 선배를 잇는 강한 마무리가 되겠다"고 밝혔다. LG 전력분석팀은 봉중근의 현재 상태에 대해 "밸런스가 완벽하다"고 극찬했다.
손승락과 봉중근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과 달리 '끝판왕' 오승환은 초반 페이스가 더딘 편이다. 팀이 5승을 거뒀지만 큰 점수 차로 승리한 탓에 두 차례 밖에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그나마 7일 NC전에서 1.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시즌 첫 세이브를 따냈다.
그러나 오승환이 프로야구 최고 마무리 투수라는데 이견을 달 사람은 없다. '돌직구'의 위력은 여전하고, 슬라이더 또한 예리함을 더했다. 또 팀 전력이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힐 정도로 좋아 언제든 치고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한편 각 팀의 새로운 마무리 투수로 낙점된 정대현(35ㆍ롯데)과 박희수(30ㆍSK)는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후유증을 겪고 있다. 정대현은 초반 난조를 보여 세이브 없이 1승 평균자책점 3.86으로 주춤하다. 피안타율은 무려 5할이다. 박희수는 어깨 통증으로 재활 중이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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