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는 사이버 공간과 관련된 두 가지의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했다. 방송 3사와 금융기관에 대한 해킹으로 방송사 업무가 마비되고 금융거래가 중단돼 국가기간시설이 사이버테러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것을 목격했다. 우리는 이 해킹이 북한과 연계된 세력의 소행일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가졌는데, 사실이라고 정부가 발표했다. 정부는 사이버 테러를 주도한 북한 내 기관으로 정찰총국을 지목했다. 앞서 북한과 직접 연계되어 북한의 전문해커집단으로부터 해킹프로그램을 전달받고 국내 사이트들을 접속해 빼낸 인적 정보를 북에 넘긴 일당이 구속되기도 했다. 북한이 자체적으로 해킹해 얻은 정보와 구속된 일당이 넘겨준 정보를 합하면 우리 국민 상당수의 인적 정보가 노출돼 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사이버 공간에서 암약하는 이적세력이 국가안보에 큰 위협이 되고 있는 현실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북한의 대남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에 가입된 것으로 알려진 국내 명단의 일부를 보면 더 충격적이다. 최근 국제 해커 그룹인 '어나니머스'가 '우리민족끼리' 가입 회원 명단 1만5,000여명을 2차례에 걸쳐 공개하면서 그 파장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관계기관의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네티즌들의 신상공개에 따르면 진보 정당과 단체의 구성원들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민족끼리'는 2003년 북한의 조국통일평화위원회가 개설했다. 2004년 불법 유해 사이트로 분류되었으며 국내에서는 회원 가입과 활동이 불법이다. 물론 가명과 명의 도용을 통해 회원 가입이 가능하고 국가보안법으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단순 가입 외에 의견 개진, 퍼나르기 등 활동 혐의를 입증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불순세력들의 간첩 혐의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물론 '우리민족끼리' 사이트에 가입했다고 하여 무조건 친북 내지 종북세력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번 가입 명단 공개를 통해 드러난 일부 인사들의 행적으로 미루어 우리 사회에 깊숙이 침투해 있는 소위 종북세력의 실체와 위험성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북한이 핵무기로 우리를 위협하고 연일 전쟁위협으로 호들갑을 떠는 것도 우리 사회에 이적세력이 뿌리깊이 포진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검찰, 경찰, 국정원 등 관계기관은 엄정하고 즉각적인 수사를 통해 진위 여부를 파악하고 혐의가 드러날 경우 엄정한 처벌을 해야 할 것임은 당연하다.
사이버 공간 내 이적 세력은 북한의 주장을 실어 나르거나 동조하면서 사이버 공간에서 북한 지도부에 대한 찬양과 북한의 영향력 확대를 꾀한다. 북한의 직영 대남선전 사이트는 88개나 되며, 이들의 주된 활동이 우리 대통령이나 정부정책에 대한 비난이다. 북한이 사이버 공간을 얼마나 중시하고 그것을 대남침투와 반정부선동의 주요한 통로로 사용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북한은 1990년대 중반부터 인터넷과 전산망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김정일의 지시에 따라 전문 해커들과 사이버전 요원들을 양성해왔고 그 숫자는 1만3,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로동당과 내각의 주요부서에 배치돼 일사불란한 지휘 하에 이른바 '사이버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총성이 없을 뿐 전쟁이다. 어찌 보면 현실공간에서 무기를 들고 싸우는 전쟁보다 더 격렬한 전쟁이다.
북한의 핵무기보다 더 무서운 것이 사이버무기인 해커들과 남한 내 이적세력이다. 우리는 이 사이버 전쟁에 철저히 대비하고 만전을 기해야 한다. 사이버부대의 강화와 전산망 방어, 사이버 공간내 이적세력의 제거를 국가안보의 중요한 아젠다로 설정하고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당장 시급히 해야 할 일은 '우리민족끼리' 회원명단 공개로 꼬리가 밟힌 사이버 이적세력의 실체를 규명해 뿌리를 제거하는 것이다. 사이버 공간에서의 헤게모니를 북으로부터 빼앗아와야 하는 것은 장기적 과제다.
유영옥 경기대 교수ㆍ국가보훈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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