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도내 지방자치단체 보건소장 자리가 원칙 없이 흔들리고 있다. 보건소장은 원칙상 의사면허 소지자가 맡도록 되어 있으나 의사들이 이를 기피한다는 이유로 한 명이 보건소 2곳을 맡거나 행정 공무원이 업무를 담당하는 등 파행이 빚어지고 있다.
상주시는 보건소장에 행정 4급을 임명, 보건진료와 행정의 전문성 결여로 피해가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상주시 관계자는 “지난해 의회 사무국에서 직렬 구분없이 정식 4급을 요구, 당시 보건소장을 부득이 의회로 발령내고 행정 4급 직무대리를 보건소장으로 보냈다”며 “다음 인사 때는 의사를 채용하거나 여의치 않을 경우 공무원 중에서 자격자를 임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미시의 경우 구건회 구미보건소장이 5개월째 선산보건소를 오가며 오전과 오후로 나눠 근무, 업무의 집중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구미시 관계자는 “두 차례 전국 공고를 실시했으나 응모를 하는 의사가 없어 빠른 시일 내에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보건소 내 보건의무직군 중 자체 승진시키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의사를 구하지 못한 김천시나 문경시도 기술직 4급이 보건소장을 맡는 등 상당수 지자체가 보건소를 파행 운영하고 있는 가운데 도시형 보건지소의 부작용이 심각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보건지소는 보건소와 달리 1차적으로 진료를 해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의사나 전문직 의료인을 두도록 하고 있는데도 구미인동보건지소와 김천중앙보건지소 두 곳 모두 의사를 구하지 못해 소장 자리가 공석이다. 이 보건지소들은 3차례나 모집 공고를 냈으나 응시한 의사가 없어 공중보건의가 업무를 대신하고 있다. 더구나 내년부터는 공중보건의사 관리지침 개정으로 공중보건의조차 배정받을 수 없게 되면서 도시형 보건지소의 공공의료에 차질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소장은 개업의들에 비해 낮은 보수와 계약직에 대한 부담 등으로 기피하고 있다. 지난해 인동보건지소에 응시해 합격한 한 의사는 근무여건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임용포기서를 내고 사퇴하기도 했다. 한 의사는 “일부 선출직 단체장들은 수시로 ‘룰’에 맞지 않는 지시를 하거나 선거에 도움이 되기를 원하는데, 아마도 의사출신들은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실토했다.
경북도 보건정책과 김영길(51) 주무관은 “예전에는 보건소가 진료업무를 주로 수행했기 때문에 의사를 소장으로 채용했으나 최근에는 많이 달라졌다”며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남기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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