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경(57ㆍ수감 중) 미래저축은행 회장의 차량에서 현금 56억원을 훔쳐 달아난 범인이 1년 넘도록 붙잡히지 않고 있다. 경찰이 뒤늦게 지명수배령을 내렸지만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범인은 김 회장의 초등학교 동창이자 건물관리인인 김원래(58)씨로, 이미 해외로 도주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4월8일 새벽, 김 회장 소유의 충남 아산시 외암민속마을 내 건재고택을 관리하던 김씨는 인적이 드문 틈을 타 김 회장의 차량을 털었다. 건재고택 주차장에 있던 김 회장의 랜드로버 차량 유리를 깨고 안에 있던 현금 56억원을 모조리 가져간 것이다. 돈은 A4용지 박스 10개에 5만원권 지폐로 들어 있었다. 김씨는 박스들을 자신의 쏘렌토 차량에 옮겨 싣고 달아났다.
사건 당일 김 회장의 고향 후배인 횟집 주인 박모(48)씨는 경찰에 신고하면서 "김원래가 내 돈 3,500만원을 훔쳐갔다"고 했다가, 한 달 후에는 "김찬경이 시켜서 그렇게 진술한 것으로, 사실은 김원래가 김찬경의 돈 56억원을 훔쳐 달아난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경찰은 박씨의 진술을 토대로 김씨를 검거하기 위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았지만 그의 행방은 좀체 파악되지 않았다. 통화내역 조회, 위치추적도 별다른 성과가 없자 경찰은 이 달 초 김씨를 전국에 지명수배했다. 경찰 관계자는 "꽁꽁 숨어 있어서 쉽지 않겠지만 인원을 집중 투입해 검거하겠다"고 밝혔다.
검찰도 김씨의 검거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김씨가 절취한 돈이 김 회장이 조성한 비자금일 가능성이 높아, 그를 검거해야만 돈의 정확한 성격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이 거액을 털리고도 고향 후배를 내세워 축소 신고한 것도 이 같은 추측을 뒷받침한다.
김 회장은 회사 돈 571억원을 횡령하고 8,000억여원의 불법대출을 주도한 혐의로 지난 1월25일 1심에서 징역9년이 선고됐다. 김 회장은 미래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흘 전인 지난해 5월3일, 은행에서 회사 돈 203억원을 빼낸 뒤 경기 화성시 궁평항을 통해 밀항을 시도하다 체포됐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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