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번째 심장' NC가 그토록 기다려왔던 창단 첫 승을 신고했다. 2011년 3월31일 제9구단으로 공식 창단식을 한 이후 743일이라는 시간이 흘러 역사적인 승리를 따냈다. '형님 팀'과 현격한 실력차로 프로야구 흥행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얘기까지 듣고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던 NC는 비로소 막내의 매서운 맛을 보여줬다.
NC는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의 원정 경기에서 4-1로 승리했다. 개막 7연패 끝에 거둔 감격의 첫 승이다. 토종 선발 이재학이 6이닝 무실점의 호투로 구단 1호 승리 투수에 이름을 올렸다. 이로써 이재학은 "창단 첫 승을 내 손으로 이루고 싶다"던 바람을 이뤘을 뿐 아니라 자신을 버린 친정 두산의 홈 구장인 잠실에서 건재함을 알렸다.
1회초 무사 2루에서 중전 안타로 선제 타점을 올린 차화준은 1호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다. 신인 선수와 방출된 선수 위주로 팀을 꾸린 '외인 구단' NC는 지난해 퓨처스(2군) 남부리그에서 60승5무35패로 우승을 차지했다.
1군 진입을 앞두고 최종 리허설을 마친 NC는 기존 구단 20인 보호선수 명단에서 빠진 선수들을 1명씩 데려왔다. 또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베테랑 이호준과 이현곤을 영입해 경험을 더했다.
형님들과 맞서기 위해 구색을 갖춰 기대를 모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1군의 벽은 높기만 했다. 첫 승을 거두기까지 내리 7연패의 수렁에 빠졌고, 실책은 9개 구단 중 가장 많은 13개나 범했다. 공식 기록이 13개였지, 실책성 또는 본헤드 플레이가 너무 많았다. 경험이 부족해도 너무 부족한 탓이었다. 이동욱 수비 코치는 "잔뜩 긴장한 나머지 선수들 얼굴이 모두 하얗더라"고 안타까워했다.
NC는 특히 지난 3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시즌 2차전이 두고두고 아쉽게 느껴졌다. 1-2로 뒤져 패색이 짙던 NC는 9회말 이호준의 적시 2루타로 드라마처럼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진 1사 3루의 기회. 이현곤은 상대 투수 정대현의 2구째를 때려 좌익수 쪽으로 타구를 보냈다. 희생 플라이로 3루 주자가 홈만 밟으면 짜릿한 끝내기로 대망의 첫 승리를 따낼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대주자 박헌욱은 홈으로 파고 들다 롯데 좌익수 김문호의 빨랫줄 송구와 포수 용덕한의 기가 막힌 블로킹에 막혀 홈에서 아웃 됐다. 눈앞에서 승리를 놓친 NC는 급격히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2008 베이징 올림픽 전승 우승을 이끈 김경문 감독 또한 어쩔 도리가 없었다. 김 감독은 '실수를 통해 배워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질책 대신 격려를 택했다. 서로 '으?X으?X' 하며 기운을 낸 NC는 마침내 달콤한 승리의 맛을 봤다. 경기를 마친 후 얼싸안은 채 기쁨을 만끽했고, 미소가 사라졌던 김 감독도 이날만큼은 활짝 웃었다. 김경문 감독은 경기 후 "가슴이 뭉클하다. 1승의 귀중함을 느낀 경기였다"며 "모든 선수가 집중해 좋은 수비를 보여줬고 이기고자 하는 마음이 강했다"고 감격해 했다.
반면 선수단 전원이 삭발하며 심기일전에 나섰던 한화는 대구 삼성전에서 3-9로 패해 10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삼성 장원삼은 6이닝 6안타 3실점(2자책)으로 2승째를 거뒀다. 5연승을 거둔 삼성은 5승2패를 기록, 롯데와 공동 선두에 올랐다. 김응용 한화 감독은 2004년 삼성 시절 기록한 개인 통산 최다연패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잠실에서는 두산이 선발 니퍼트의 호투에 힘입어 KIA에 9-0 대승을 거두며 3연전을 2승1패로 마쳤다. 인천에서는 넥센이 SK에 4-3으로 승리, 2연패에서 벗어났다. 넥센 선발 강윤구는 6.2이닝 4안타 2실점으로 시즌 첫 승을 거뒀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이재상기자 alexe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