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좀 돌리나 싶다. 초등학교 갓 입학한 자녀를 둔 부모들의 요즘 심정이 딱 이렇다. 오후 내내 비는 시간을 메워줄 방과 후 프로그램을 찾느라 이리 뛰고 저리 뛰던 게 벌써 한달 여다. 날씨가 풀렸으니 체력도 키울 겸 자녀의 방과 후 시간을 스포츠나 야외활동으로 짜놓은 부모가 적지 않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무리한 신체활동이 계속되면 몸은 이상신호를 보낸다. 아직 어린 자녀는 잘 눈치채지 못할 수 있다. 이젠 아이 몸이 방과 후 활동에 잘 적응하는지, 건강에 무리가 없는지 꼼꼼히 점검해야 할 때다.
스케이트는 염좌, 태권도는 골절 조심
김연아 선수 활약으로 요즘 방과 후나 주말을 이용해 피겨스케이트를 배우려는 아이들이 많아졌다. 피겨 스케이팅 선수처럼 한 발로 선다거나 점프를 하는 등의 고난도 동작을 해보고 싶지만, 초보에겐 위험천만이다. 착지 동작이 서툴거나 잘못 넘어지면 손목이나 발목이 꺾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흔히 삐었다고 표현하는데, 정확히는 염좌가 생기는 것이다. 염좌는 손목이나 발목의 관절을 지지해주는 인대가 갑작스런 외부 충격으로 늘어나거나 일부 찢어지는 증상이다.
아프다가 좀 괜찮다 싶으면 아이들은 금세 잊어버린다. 염좌 부위가 이렇게 불안정한 상태로 회복하는 상황이 반복되면 습관적으로 손목이나 발목을 삐끗하게 되는 만성 불안정증으로 발전한다. 정동병원 김창우 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아이들은 어른에 비해 인대가 건강하고 회복력이 빠르기 때문에 대부분 약이나 물리치료로 나아지지만, 염좌 초기에 증상을 방치해 악화하면 관절내시경 수술이 필요한 경우가 생긴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기본적인 체력 단련에 호신 기술까지 책임져주는 태권도 역시 방과 후 인기 스포츠 종목이다. 태권도는 손과 발의 동작을 좌우 균형에 맞게 구사하도록 구성돼 관절의 유연성이 고르게 발달하도록 돕는다. 그러나 주먹으로 가격하거나 손으로 나무판을 격파하는 동작에선 자칫 손가락에 골절이 생길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특히 아이들 뼈는 부드럽고 유연하기 때문에 부러지기보다는 살짝 금이 가는 경우가 많다. 이런 골절은 눈에 잘 띄지 않고 통증도 계속 심하지 않아 모르고 지나칠 가능성도 크다. 태권도 후 아이 손에 이상이 있다고 느껴진다면 바로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축구는 무릎, 농구는 손목에 비상
남자아이들 사이에서 방과 후 인기 종목으로 축구를 빼놓을 수 없다. 축구는 공을 찰 때나 서로 부딪힐 때 무릎 부상이 자주 생긴다. 가볍게는 단순 상처가 나는 외상에서부터 크게는 십자인대가 찢어지는 파열까지 정도도 다양하다. 무릎 속 십자인대는 종아리뼈가 앞으로 밀려나가지 않도록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데, 이곳이 찢어지면 피가 고이면서 관절이 불안정해진다. 김 원장은 "십자인대 파열이라도 2, 3일 지나면 붓기가 빠지고 통증이 가라앉아 단순 타박상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며 "인대가 완전히 파열되면 자연치유나 약물 치료가 어렵기 때문에 무릎을 다치면 꼭 정확하게 진단 받아보길 권한다"고 말했다.
공을 손으로 튀기고 패스하는 동작이 주를 이루는 농구는 반드시 어린이용 농구공을 사용해야 한다고 전문의들은 조언한다. 크고 무거운 일반 농구공을 써서 아이 손목에 반복적으로 힘이 가해지면 인대가 부어올라 쓰리고 시큰시큰해질 수 있다. 손목의 신경을 인대가 누르면서 통증과 저림 증상이 생기는 손목터널증후군이다. 아이에게 엄지와 새끼손가락을 마주 대고 힘을 주게 한 다음 그 상태에서 엄지손가락 손바닥 쪽 볼록한 근육(무지구)을 눌러보는 방법으로 간단한 검진이 가능하다. 정상일 땐 무지구가 강하게 수축돼 탁구공처럼 단단하지만, 손목터널증후군이면 말랑말랑하다.
시간 보내기도 몸에도 좋다고 아이에게 갑작스럽게 매일 운동을 시키는 건 오히려 득보다 실이 많다. 청소년들에겐 학교 다니기, 놀이기구나 계단 오르내리기, 부모를 도와 청소를 비롯한 집안일 하기, 친구와 걸으면서 이야기하기 등의 일상생활 활동 자체도 자연스러운 운동이 된다. 서울아산병원 스포츠건강의학센터 진영수 교수는 "춤이나 조깅, 농구, 축구 같은 격렬한 신체활동은 하루 20분 이상 주 3회 정도가 적당하다"고 조언했다.
야외에선 탈수, 차내에선 멀미 대비
야외에서 이뤄지는 방과 후 활동이 많다면 탈수에 유의해야 한다. 아이들은 새로운 경험에 정신이 팔려 별다른 자각증상이 없다가 갑자기 쓰러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햇볕에 오래 노출되면 몸은 체온을 낮추기 위해 땀을 많이 내면서 물을 찾게 된다. 그러다 점점 몸에 힘이 빠지고 숨이 가빠지며 말과 행동이 부자연스러워진다. 체력이 약한 아이일수록 이 같은 탈수증이 쉽게 생긴다. 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박인철 교수는 "활동과 휴식을 번갈아 하고, 수시로 물이나 물에 희석한 이온음료를 마시게 하면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방과 후 이곳 저곳 옮겨 다니느라 차를 타는 동안 아이가 멀미를 할 수도 있다. 이동시간이 길지 않도록 조정하는 게 최선이다. 멀미 때문에 생긴 구토로 음식물이 기도에 걸릴 가능성에 대비해 인솔교사나 운전기사 등에게 응급처치법을 인지시키는 꼼꼼함도 필요하다. 이럴 땐 얼른 차를 세운 채 어른이 아이를 뒤에서 껴안고 양손을 아이 윗배에 얹어 잡은 다음 아이를 힘껏 당겨 기도에 걸린 음식물을 뱉어내도록 한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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