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기만 하면 "피로가 풀리고, 신진대사가 활발해지고, 변이 잘 나오고, 잠이 잘 오고, 면역력이 향상되고, 소화도 잘 된다"고 한다. 요즘 홈쇼핑과 인터넷, 잡지 등에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효소식품 얘기다. 몸에 부족해진 효소를 식품을 통해 인위적으로 채워주면 이렇게 건강이 나아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 의사와 과학자들은 효소식품의 기능성이나 필요성에 대해 고개를 젓는다.
물론 효소는 건강을 유지하는데 없어서는 안 된다. 문제는 인위적으로 섭취한 효소가 몸에 들어가서 원래 몸 속에 있던 효소와 같은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느냐다. 이에 대해 지금까지 과학적으로 입증된 적이 없다는 게 대다수 학자들의 견해다.
효소는 몸 속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들을 조절해주는 단백질이다. 수많은 효소가 복잡하고 다양한 화학반응을 정확하고 정교하게 통제해야 생명체의 모든 기능이 정상적으로 돌아간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효소도 어쩔 수 없이 제 기능을 점점 잃어버린다. 그래서 노화하고 병을 얻기도 한다. 효소식품은 바로 여기에 착안했다. 기능을 상실한 효소 대신 팔팔한 새 효소를 보충해주면 노화도 병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럴 듯해 보인다.
그러나 단백질의 특성을 들여다보면 달라진다. 단백질은 온도나 수소이온지수(pH) 같은 환경 변화에 아주 민감하다. 효소를 식품으로 먹는다 해도 강한 산성을 띠는 위를 지나면서 대부분 파괴될 수밖에 없다. 또 인체는 식품으로 몸에 들어오는 단백질은 모두 소화과정 동안 아미노산(단백질을 이루는 단위)으로 분해하도록 디자인돼 있다. 식품으로 몸에 들어온 효소가 원래 예상한 기능을 온전히 해내리라고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한 생명공학자는 "위를 무사히 통과하고 장에 가서 붕괴되지 않도록 특수한 캡슐에 단단히 싸야 효소를 먹었을 때 어느 정도 기능이 생길 거라고 예측해볼 순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데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효소식품의 기능성을 기대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현재 건강기능식품으로 공식 인정받은 효소식품은 없다. "최근 효소식품들에 대해 기능성을 입증하는 자료를 제출하도록 했지만, 어떤 효소식품도 기준에 부합하지 못했다"고 식약처 관계자는 밝혔다. "신진대사 개선, 피로 회복 등 효소식품이 주장하는 건 다른 식품을 먹어도 얻을 수 있는 일반적인 효과지 특별한 기능성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효소는 매일 먹는 식단에 이미 들어 있다. 임상적 효과가 있는 '특별한' 효소식품은 아직 없다는 소리다. 체내 효소의 기능이 떨어지거나 효소가 부족해졌을 땐 체내 환경을 효소가 좋아할 만하도록 바꿔주는 게 더 과학적인 대처다. 규칙적인 운동, 고른 식사, 스트레스 해소, 긍정적인 생각…. 실천이 힘들어서 그렇지, 건강엔 이만한 방법이 없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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