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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대로 숨 쉬는 듯한 고통 COPD… 황사철엔 '폐쇼크' 경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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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대로 숨 쉬는 듯한 고통 COPD… 황사철엔 '폐쇼크' 경보음↑

입력
2013.04.11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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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초반의 A씨는 최근 숨이 막혀 저승 문턱까지 다녀왔다. 한 층만 계단으로 올라가도 숨이 턱까지 차고, 기침이 서너 달 넘도록 멎지 않는데다 가래가 자주 끓어 4년 전 병원에서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진단을 받았으나 숨이 멎을 정도로 힘들었던 적은 처음이었다. 그는 "예전에는 숨 한 번 시원하게 쉬어보는 게 소원이었지만 이제는 숨이 막혀 고통스럽게 죽지 않는 게 소원"이라고 말했다. 환자들은 COPD의 고통을 빨대로 숨 쉬는 것 같다고 말한다.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에 따르면 COPD 악화로 입원한 환자들의 병원 내 사망률은 약 10%, 1년 내 사망률은 40%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1년 내 사망률이 급성심근경색(8.1%)보다 높은 매우 위험한 질환"이라고 말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최근 38년간 관상동맥성 심장질환, 뇌졸중 사망률이 60% 정도 감소했지만 유독 COPD는 163%나 증가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COPD는 대기 중 질산염, 황산염, 담배연기 같은 유해물질이 폐에 반복적으로 염증을 일으켜 점차 숨길이 막히고 폐의 탄성이 줄어들어 기능이 저하되는 질환이다. 산소를 들여오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폐포는 한 번 손상되면 재생되지 않아 원천적인 치료가 불가능하다. 40대 이상 전체 인구 중 13%, 특히 흡연자는 20% 정도가 걸릴 정도로 많다.

COPD를 앓고 있는 환자는 '폐 쇼크'로 불리는 급성악화를 조심해야 한다. 최근 국내에서 진행된 연구 결과 COPD 환자 3명 중 1명꼴로 연간 최소 1회 이상 급성악화를 경험하며, 이들 중 38%는 입원해야 할 만큼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요즘처럼 황사가 불어오는 계절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2.5마이크로미터(㎛) 이하로 일반 미세먼지보다 작아 폐 깊숙이 침투, 염증을 유발하는 초미세먼지가 대기 중에 다량 떠다니기 때문이다.

COPD는 대부분 40대 이후에 발병하며 주된 증상은 만성적인 기침이다. 처음에는 가끔 하던 기침이 점점 지속적으로 변한다. 끈끈하며 양이 적은 가래가 아침에 끓다가 더 진행되면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찬다. 이런 증상을 보이면 즉시 치료를 시작해 증상이 악화하는 속도를 늦춰야 한다. 진단은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폐기능 검사 등으로 비교적 간단하게 받을 수 있다.

치료와 예방은 유해물질을 차단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흡연자라면 당장 담배를 끊고, 먼지가 많이 날리는 작업장에서 일한다면 분진 제거장치를 설치하고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황사철에는 초미세먼지를 걸러내는 황사 마스크를 써야 한다. COPD 환자의 경우 독감 예방주사를 맞으면 독감으로 인한 심각한 합병증과 사망을 줄일 수 있어 매년 가을 예방접종은 필수다.

약물요법은 기관지 확장제, 부신피질 호르몬 흡입제 등이 있다. 기관지 확장제는 먹는 약보다 흡입제가 빠른 시간 안에 효과를 보이고 부작용도 적다. 부신피질 호르몬 흡입제는 증상과 운동 능력을 개선하기 위해 쓴다. 정기석 교수는 "대부분 환자들이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증상이 악화된 후에야 병원에 온다"면서 "COPD가 골다공증, 심혈관질환, 우울증 발병 위험을 높이는 만큼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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