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집권 자민당이 7월 참의원 선거 이후 헌법 개정안을 제출하려던 입장을 바꿔 선거전에 헌법 개정안을 내놓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인기가 상승하고 있는 분위기를 더 강하게 밀고 가겠다는 의미다.
11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자민당 헌법개정추진본부의 호리 고스케(保利耕輔) 본부장은 10일 헌법96조 개정안 제출시기를 두고 “참의원 선거 전에 할 지 선거가 끝나고 할 지 정치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며 “아베 총리와 상담한 뒤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해 12월 자민당이 중의원 선거에서 대승을 거두고 집권한 이후 참의원 선거 전 헌법개정이 수면 위로 오른 것은 처음이다.
호리 본부장의 발언은 자민당 내부에서 아베 총리에게 정치적 판단을 요구하는 모양새지만, 아베 총리의 체면을 구기지 않으면서 조기 헌법개정 분위기를 부각시키려는 의도라는 게 정가의 분석이다.
아베 총리는 취임 후 줄곧 전력과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는 헌법9조(평화헌법)를 건드리지 않는다는 입장이면서도 헌법개정 요건을 중ㆍ참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규정한 헌법96조는 7월 참의원 선거 후 개정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총리가 우익 성향을 일찍 드러내는 데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고려한 때문이다. 하지만 대담한 금융완화를 내건 아베노믹스가 예상외의 성과를 거두면서 지지도가 70%대의 고공행진을 계속하자 이런 분위기라면 헌법개정 논의를 굳이 참의원 선거 이후로 미루지 않아도 국민적 지지를 충분히 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아베 총리가 직접 이런 발언을 하는 것은 말바꾸기라는 정치적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반면 자민당 내부에서 헌법개정론을 먼저 거론하면 아베 총리의 부담을 덜 수 있다.
또 다른 우익 정치인인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일본유신회 공동대표가 조기 헌법개정에 적극적이라는 점도 아베 총리 입장에서는 든든하다. 하시모토 대표는 9일 아베 총리와 만나 헌법96조의 개정 필요성을 언급하며 총리가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일 것을 요구했다는 후문이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자민당 간사장도 10일 강연회에서 “참의원 선거때까지 발톱을 숨기고 있다가 선거 후에 (헌법개정을) 표명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이 있지만, 그런 사기를 칠 생각은 없다”며 “선거에서 이겨서 무엇을 하려는 지 명확하게 심판 받도록 하겠다”고 말해 조기 헌법개정 의욕을 숨기지 않았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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