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11일 "북한 당국은 대화의 장으로 나오라"는 성명을 발표한 것을 계기로 한반도의 긴장 국면이 대화 국면으로 전환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류 장관은 이날 성명을 발표한 뒤 "개성공단 문제, 북한의 위협적인 행동 등 모든 문제들을 대화를 통해 풀어야 한다는 점을 천명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구체적인 대화 제의가 아니라고 했지만 통일부 장관이 나서 대화를 언급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할만하다. 하지만 북한이 류 장관 성명 발표 직후 강경 반응을 보여 대화 국면 진입은 여전히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류 장관의 성명은 "대화 분위기가 조성돼 있지 않다"며 선대화 제의 불가 방침을 밝혔던 정부가 무게중심을 조금 이동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불러 일으킨다. 남북 당국간 대화 가능성도 열어놓은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 통일부의 한 당국자는 "북측이 당국 간 대화의 장으로 나오길 바란다는 대화 프로세스를 제시한 것"이라면서 "실질적 대화를 위한 첫 걸음을 밟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의 무력 도발 강행이나 대화 제의 거부 등 강경책에 대비한 '명분 쌓기'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우리가 한발 물러서 대화의 문을 열었는데도 북한이 강경자세를 고집할 경우 이에 대응할 명분이 생긴다는 얘기다.
대화 분위기 조성과 관련해 특히 주목되는 국가가 중국이다. 중국은 대결이 아닌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자고 계속 주장해왔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지난달 20일 박근혜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남북은 동포이기 때문에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1일 해외판에서 "북한은 오판하지 말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던지고 미국에게는 불에 기름을 붓지 말라고 주문했는데 이는 대화를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훙레이(洪磊)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관련국들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지켜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바람에 부응하길 바란다"며 대화를 강조했다.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에 중국만큼 적극적이지 않다. 6일 대륙간탄도미사일 실험을 전격 연기하며 대화 국면 전환 가능성을 언뜻 보여주고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10일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요청하면 북한과의 협상을 도울 것이라고 말하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북한이 말보다 행동을 보여야 대화할 수 있다는 입장에 있다. 이와 관련, 패트릭 벤트렐 부대변인은 9일 대화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화의 책임은 북한에 있으며 북한은 비핵화를 위한 의미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건은 북한의 반응이다. 하지만 류 장관 성명 발표 직후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남측이 전쟁 위협을 '고도의 심리전'으로 호도하고 있다"며 "우리 타격 수단들은 발사대기상태에 있다"며 강경 반응을 보였다. 이런 점으로 볼 때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오리라고 섣불리 예측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며 따라서 긴장이 계속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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