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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폐허가 된 지구를 지키는 톰 크루즈 생생·강렬한 영상미 비해 허전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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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폐허가 된 지구를 지키는 톰 크루즈 생생·강렬한 영상미 비해 허전한 이야기

입력
2013.04.11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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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SF물보다 밝고 선명하다. 마치 섬광이 스치듯. 하지만 그 영화가 끝나고 나면 섬광의 속도만큼이나 기억도 금세 잊혀지고 만다. 화면은 화려했지만 깊게 각인되지 않는다. 드라마가 부족해서일까 확실한 한방이 느껴지지 않아서일까.

'Oblivion' 잊혀짐, 망각이란 뜻이다. 영화는 기억을 테마로 하는 SF물이란 것을 드러낸다. 배경은 2077년의 지구. 외계의 침공에 맞서다 세상이 초토화됐다. 하늘엔 깨진 달이 떠있고 뉴욕을 비롯한 많은 도시는 흙더미에 묻히고 산산이 부서졌다. 그 텅빈 지구를 지키는 이는 잭 하퍼(톰 크루즈)와 그의 동료 비카(안드레아 라이즈보로) 둘 뿐이다.

지표에서 900m 높이 위로 지어진 스카이타워에 머물며 바닷물을 에너지로 바꿔 다른 생존 인간들이 머물고 있다는 우주정거장 테트로 보내주는 일을 한다. 옛 기억이 삭제된 잭이지만 순간순간 과거의 한 장면,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전망대에서 만난 어떤 여인의 얼굴이 떠올라 고민스럽다. 어느 날 정체불명의 우주선이 추락하고 잭은 그 안에서 꿈속에 본 여인을 만나 지워진 기억 속 거대한 음모를 알아차리기 시작한다.

아이맥스 대화면을 가득 채운 볼거리가 이 영화의 묘미다. 빙하가 조각한 아이슬란드의 장쾌한 풍경과, 하와이 마우이섬의 할레아칼라 분화구의 기묘한 모습 등이 이채롭다. 잭이 타고 다니는 잠자리를 닮은 버블쉽과 공처럼 단순하게 생겼지만 가공할 전투력을 지닌 무인정찰기 드론이 협곡에서 펼치는 전투신은 관객이 직접 게임 조종기를 쥔듯한 짜릿함을 선사한다.

'마이너리티 리포트' '우주전쟁' 이후 8년 만에 SF물에 복귀한 톰 크루즈는 기민하고 민첩한 액션과 젊은 여배우들과 전혀 어색하지 않는 멜로라인을 만들어내는 등 역시 그만의 매력을 십분 보여준다. 하지만 영화의 모든 것이 잭 한 명을 통해서만 보여주다 보니 그의 어깨가 너무 무거워 보인다.

화면은 생생했고 박진감이 넘쳤다. 하지만 그건 넓은 화면의 배경일뿐, 그 속에서 꿈틀거릴 스토리와 인물이 부족해 보인다. 넓은 지구에 단 둘만 남은 만큼의 황량함이랄까. 스카이타워에 딸린 작은 풀장에서 남녀가 벌거벗고 수영을 해도 그저 외롭게만 보이는 것처럼.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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