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길'에 이어 '미술길'이 생겼다. 제주 서귀포시 송산동, 정방동, 천지동을 끼고 있는 길 4.3km를 따라 지역의 독특한 이야기를 예술작품으로 만든 '유토피아로'(遊土彼我路)로 지난해 3월부터 미술작가 43팀 200여명이 참가해 만든 미술길이다. '너와 내가 만나서 문화로 즐기며 거니는 곳'이라는 뜻의 이 길은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공모한 마을미술프로젝트 당선작으로 샛기정공원~칠십리 시 공원~천지연로~자구리해안~서복전시관~소암전시관~이중섭미술관을 거친다. 제주 올레길 6,7코스와도 연결된다.
유토피아로 개막식을 하루 앞두고 가진 11일 언론공개 행사에서 김해곤 총괄감독은 "유토피아로를 지붕 없는 미술관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유토피아로는 숲, 집, 길, 바다 등 4가지 소주제로 나눠진 구역에 40점의 각종 미술작품을 설치해 주민, 관광객들이 길을 따라 걸으며 100미터마다 한 개꼴로 예술가들의 작품을 만나게 된다.
샛기정공원 입구에는 제주 전통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돌담을 형상화한 이승택의 '제주돌담' 이 세워져 여정의 시작을 알린다. 다양한 크기의 현무암에 제주의 상징인 '귤'의 단면 무늬를 색유리로 새겨 의자로 만든 조성구의 '샛기정원', 한라산 중산간에 남아 있는 고사목을 수집해 제주 조랑말의 형상을 만든 이승수의 '영원한 생명' 등 제주 특유의 자연환경과 삶을 다룬 작품 12점이 '숲'을 주제로 설치됐다.
화가 이중섭을 테마로 한 작품도 여럿 선보인다. '바다'를 주제로 자구리 해안길에 설치된 정미진의 대형 조각 '게와 아이들-그리다'는 한국전쟁 때 서귀포로 피란 온 이중섭이 '물고기와 노는 아이들'을 그리는 장면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길'을 주제로 전시된 김범수의 '이중섭의 꿈' 역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이중섭의 모습을 형상화한 조각이고, 송재경의 '길 떠나는 가족'은 작가 이중섭과 가족이 피란길을 떠나는 모습을 형상화한 조각이다.
해외여행이 쉽지 않았던 60~70년대, 신혼여행 커플들의 사진을 모아 문 닫은 사진관에 전시한 안성희의 '행복한 사진관', 유토피아로의 작품들이 설치되는 과정을 소개한 아카이브관 등 관람객들이 실내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장소도 곳곳에 마련했다.
마을미술프로젝트는 지리, 역사, 생태, 문화적 가치가 있는 마을을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는 프로젝트로 2009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한 행사다. 5년째 접어들며 북으로는 강원 철원부터 남으로 부산과 서귀포까지 전국 57곳의 마을에서 시행됐다. 유토피아로는 가장 규모가 큰 마을미술프로젝트로 총 14억5,000만원(국비 5억원, 지방비 9억 5,000만원)이 들었다.
제주=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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