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 수뇌부가 북한의 최근 행태에 대한 발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척 헤이글 국방부 장관은 "북한이 위험한 선에 근접해 있다"며 상황의 엄중함을 경고했다. 마틴 뎀프시 합참의장도 "미국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고 군의 태세를 전했다. 로버트 헤일 국방부 감사관(차관)은 "(국방비 삭감으로) 북한에게 무임승차권이 주어진 것은 아니다"고 북한의 오판을 경계했으며 새뮤얼 라클리어 미군 태평양군(PACOM) 사령관은 북한을 '분명하고 명백한 위협'으로 규정했다.
국무부가 한반도 상황에 신중한 태도를 취하는 가운데 나온 군 수뇌부의 발언은 미국이 북한의 최근 움직임을 실질적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해석을 낳는다. 미국령 괌에서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위협에 대비, 11일 섬 전역에 사이렌이 울리고 정규방송이 일시 중단되는 비상경보 체제가 시험 가동됐다.
헤이글 장관은 10일(현지시간) 2014회계연도 국방예산안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북한이 호전적인 언사와 행동으로 위험한 선에 아주 근접해 달리고 있다"며 "인화성이 높은 상황을 진정시키는데 도움이 안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은 어떠한 비상사태나 북한의 도발에도 대처할 완벽한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헤이글 장관이 거론한 '위험한 선'은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우려한 발언으로 보인다. 미국은 핵 개발에 나선 이란에 대해 금지선을 설정해 놓고 이 선을 넘어설 경우 군사 대응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헤이글 장관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예측불가'로 평가하고 미국은 이 문제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뎀프시 합참의장은 "북한이 두 차례 핵실험과 수 차례 성공적인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한 만큼 미국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세 차례 핵실험을 했으나 뎀프시는 이를 두 차례라고 언급했다.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에 근접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기밀사항"이라며 답변하지 않았다. 국방예산 삭감과 관련, 헤일 감사관은 "한국 등 최전방 배치 전력과 정보 정찰을 위한 예산의 삭감은 피할 것"이라며 "북한이 무임승차권을 갖게 됐다고 암시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북한이 발사를 준비중인 중거리 미사일 무수단의 사정거리에 위치한 괌 당국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 경계수준을 2단계로 상향했다. 주민에게는 창문 등이 폭발에 견딜 수 있도록 테이프를 붙이는 등의 대책을 전달하는 등 북한 위협에 한국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한편 애슈턴 카터 국방부 부장관은 8일(현지시간) "한국에 대한 미국의 방어 의지는 확고하다"며 "미국 핵우산이 제공하는 확장 억지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내 전술핵 재배치 반대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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