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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종교, 미래를 말하다] <2>석교감리교회 황광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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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종교, 미래를 말하다] <2>석교감리교회 황광민 목사

입력
2013.04.11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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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피해자는 바로 교회 전체"개신교 첫 세습방지법 통과 주도… 장로 자녀도 담임목사 금지법 통과 이후에도 세습행태 여전… 50곳 이상이 단행 20여곳 준비중물타기·증여형 등 변칙 난무"장로교 등 동참 움직임에 희망"

"교회 세습의 가장 큰 피해자는 바로 교회 전체입니다. 세습이 문제가 된 교회에서는 그에 반발하는 교인들의 20, 30% 정도가 그 교회를 떠나고 대개 사태가 수습됩니다. 하지만 그런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교회 전체는 손가락질 받는 거죠."

서울 서대문구 천연동에 있는 석교감리교회 황광민(61) 목사는 11일 세습이야말로 "교회의 공적인 속성을 훼손하고 파괴하는 행위"라며 이렇게 말했다. 재개발 바람이 불었다 꺼졌다 하는 영천시장 뒤편에 100년 가까이 터를 잡고 있는 석교교회는 개신교 내 중도교단인 감리교 개혁의 산실과도 같은 곳이다. 감리교 대형교회 목사들의 비교회적인 행태를 비판하기 위해 10년 전 만든 '감리교회의 변화와 갱신을 위한 목요기도회'의 모임이 이곳에서 열렸고, 지난해 기독교대한감리회의 개신교계 첫 교회세습금지법 통과를 황 목사가 주도했기 때문이다.

그가 교회세습 문제에 적극적인 것은 국내 대형교회들의 세습에 물꼬를 튼 것이 감리교단의 광림교회(2001년)이고, 이후에도 감리교회 세습이 숫자로 가장 많았다는 자성에서 비롯한 것이다. 출발은 '목요기도회'다. "당시 교단 내 한 대형교회 목사를 규탄하기 위해 177명이 연합으로 고소장을 제출한 뒤 석교교회에 모여 기도를 하고 모임의 운영 방식이나 강령 같은 것을 하나하나 만들어갔지요. 교회 개혁을 위해 만든 전체 40개의 실천강령 첫 번째가 '담임목사직을 세습하지 맙시다'였어요."

'부모가 담임 목회자로 있거나 장로로 있는 교회에 그의 자녀나 배우자가 연속해 담임자로 파송 받을 수 없다'는 감리교의 세습금지법은 지난해 처음 나온 게 아니다. 10여 년 전에도 총회에 상정된 적이 있지만 그때는 '역차별'이라는 반론이 거세 통과하지 못했다. 지난 총회에서도 세습금지법안이 돈벌이 되는 것도 아니고 봉사하는 마음으로 시골교회나 작은교회를 세습하려는 것까지 막는다는 반론이 나왔다. 황 목사는 그래서 "그런 경우는 허용한다는 단서조항을 달자고 하니까 '그냥 가자'고 하더라"며 "단언하건대 그런 세습은 없고 설사 있다 하더라도 모두 흔쾌히 보아 넘길 것"이라고 말했다.

감리교 세습금지법에서 눈에 띄는 것은 목사뿐 아니라 장로의 자녀도 담임목사가 될 수 없다고 한 대목이다. "지난해 지방의 어느 대형교회에서 담임목사가 세습에 실패하자 장로가 자기 자녀를 담임목사에 앉히려다 교회 전체가 큰 혼란에 휩싸인 경우가 있었어요. 그런 사례를 보며 장로도 막아야겠다고 생각한 거죠."

하지만 이런 개혁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개신교계의 교회 세습 행태는 여전하다. 아들이나 사위에게 담임목사 자리를 물려주는 노골적인 방식에서 최근에는 주위의 비난을 피해 보려고 일단 다른 목사를 앉혔다가 곧 자식에게 넘겨주는 물타기나, 번듯한 새 교회를 지어 교회를 통째로 자식에게 주는 증여형 세습까지 생겨났다. 지난해 세습금지법 통과 직후 감리교단의 왕성교회가 교회를 대물림 한 일도 있었다. 지난해 말 출범한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세반연) 조사에 따르면 지금까지 50개 이상의 교회가 세습을 단행했고, 20개 이상의 교회가 세습을 진행하거나 준비 중이다.

교회를 사물화하는 세습은 그 자체도 문제이지만 이런 관행이 성직매매의 토양을 만든다는 지적을 새겨들을만하다. 개신교계 일각에서는 교회를 물려 줄 아들 딸이나 사위 목사가 없을 경우 물러나는 목사가 목돈을 마련하기 위해 담임목사 자리를 팔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은퇴목사는 흔히 교인들이 마련한 전별금을 받고 자리를 떠나는데 그만한 여유가 안 되는 교회의 경우 교인들의 묵인 아래 돈으로 담임목사 자리를 사려는 후임자를 물색한다는 것이다. "5,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 정도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 같은 관행도 대형교회가 세습의 물꼬를 튼 최근 10년 사이 생겨났다.

하지만 황 목사는 개신교계의 미래를 절망적으로 보지 않는다. 자신이 지도위원을 맡은 세반연 활동이 활발해지는데다 무엇보다 "각 교단에서 올 가을 총회에 감리교처럼 세습금지법안을 상정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장로교 내에서도 이건 아니다 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올해 세습을 금지하는 교단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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