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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장애 베트남 소년 "고마워요, 한국 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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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장애 베트남 소년 "고마워요, 한국 인술"

입력
2013.04.11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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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반포동 서울성모병원에 입원 중인 베트남 소년 보 반 응어(8)군은 얼마 전 창 밖으로 '휙' 지나가는 물체를 보고는 신기한 듯 웃으면서 손뼉을 쳤다. 이 물체는 베트남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자동차였다. 하지만 소년은 이때 자동차를 처음 봤다. 시각장애로 앞이 보이지 않았으나, 5일 각막이식수술을 받은 뒤 서서히 시력을 회복했기 때문이다. 아들을 바라보던 어머니 뷔 티 튀이란(30)씨는 "그 전엔 아이를 학교에 보낼 생각을 전혀 못했지만, 베트남으로 돌아가면 학교를 보내야겠다"고 기뻐했다.

베트남 호치민시에서 북서쪽으로 90㎞ 떨어진 낙후지역 떠이닌성에 사는 응어는 복합장애를 안고 세상에 나왔다. 9개월 만에 태어나 몸무게는 1.9㎏ 밖에 안 되는 저체중아였다. 윗입술이 갈라진 구순열이라 음식물을 씹어도 흘려 액체 외에는 못 먹었다. 이 때문에 2~3세로 보일 정도로 성장이 더뎠다. 게다가 선천성 망막발달장애로 왼쪽 눈은 실명했고, 오른쪽 눈만 빛을 감지할 정도였으며 정신지체도 안고 있었다. 온몽이 장애로 뒤덮혔던 것이다.

사정이 이랬지만 치료는 엄두도 못냈다. 극심한 가난 때문이다. 집이 없어 네 식구가 남의 집 벽에 나무와 판자를 덧댄 공간에서 아버지가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하면서 버는 일당(한화 7,000원)으로 겨우 생활하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한국의 열린의사회 봉사단이 현지에 가면서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마을에 진료 캠프가 차려졌다는 소식을 접한 튀이란씨가 가녀린 체구의 응어를 안고 찾아갔다. 의료진은 나이에 비해 너무나 체구가 작은 소년에게 영양공급이 가장 시급하다고 보고 성형외과 전문의 2명이 구순열 응급수술부터 먼저 해줬다. 그런 뒤 지난달 6일 롯데홈쇼핑 등 협력기관의 후원으로 열린의사회는 모자를 한국으로 초청, 서울성모병원 안센터장 주천기 교수 집도로 수술해 각막이식에 성공했다. 열린의사회 관계자는 "응어의 각막이 혼탁해 수술이 쉽진 않았지만, 다행히 2시간30분만에 마쳤다"며 "각막 수입비용과 수술비용을 일부 후원해준 각막수입업체 및 병원의 도움으로 새 세상을 선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열린의사회는 다음 주 베트남으로 돌아가는 응어를 위해 베트남 적십자사와 연계,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하는 한편 현지 의료봉사가 열릴 때마다 건강 상태를 계속 점검하기로 했다.

열린의사회 측은 "구순열 수술로 영양섭취가 원활해져 6개월 만에 5세 정도로 컸고, 체중도 12㎏으로 불었다"며 "시력이 회복되면 신체 활동도 활발해지고 발육이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 동안 마음 고생이 심했던 어머니도 "응어에게 새 삶이 시작되는 거 같다"며 "아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잘 키우겠다"고 다짐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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