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4월15일 '태양절'은 북한 최대의 명절이다. 저들에게는 영생불멸 '민족의 태양'인 수령의 탄생과 업적을 기리는 날이니 당연히 그럴 만하다. 그의 생전인 1974년 '민족 최대의 명절'로 지정한 데 이어, 사후 3년 탈상(脫喪)에 맞춰 태양절로 한층 높였다. 해마다 태양절에는 외국의 예술ㆍ연예인들을 초청한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를 비롯해 국제 마라톤대회와 미술 축전 등 갖가지 축하 행사가 열린다.
■ 지난해 태양절 잔치는 수령의 100회 생일을 기념하는 것이어서 어느 때보다 성대했다. 3대 세습 체제를 굳히는 의미가 더해져 더욱 그랬다. 그래서 2대 영도자 김정일의 유업을 상징하는 '광명성 3호' 위성 로켓을 4월13일 발사, 축제의 정점으로 삼는 동시에 젊은 후계자 김정은의 업적으로 추켜세울 심산이었다. 그러나 광명성 3호 발사는 형편없는 실패로 끝났다. 전에 없이 외신 기자들까지 대거 초청했던 북한은 스타일을 크게 구겼다.
■ 올해 태양절을 앞두고 북한이 유난히 일찍부터 법석을 떤 것은 지난해 실패 경험이 작용한 듯하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일찌감치 광명성 3호 위성, 은하 3호 로켓을 쏘아 올리는 데 성공한 데 이어 올 들어 3차 핵실험까지 무난히 마쳤다. 그러니 이를 새 지도자 김정은의 업적으로 한껏 추켜세우려면 '철천지원수' 미국과 핵공격 위협으로 맞서는 긴박한 대결 국면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최대 명절을 앞두고 미친 듯 험악한 언행을 되풀이한 배경일 것이다.
■ '휴전 이후 최대 위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긴장을 높인 북한은 그러나 안으로는 태평한 듯 태양절 잔치 준비에 한창이라고 한다. 언뜻 정신착란으로 볼 만하지만 저들로서는 익숙한 생존전략이다. '군사 강성대국'을 넘어 '경제 강성대국'을 이루겠다던 약속을 실현하지 못한 책임을 '원수들' 탓으로 돌리고, 군과 인민에게 김정은의 영도력을 과시하려는 속셈이다. 따라서 잔치가 끝나고 나면 저들도 좀 조용해지지 않을까 싶다.
강병태 논설고문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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