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6개월째 2.75%로 동결했다. 당ㆍ정ㆍ청이 이구동성으로 경기활성화를 위한 금리인하를 요구했지만 거부한 셈이다. 대신 한은은 창업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3조원 규모의 '기술형 창업지원한도'를 신설, 총액한도대출과 함께 운영키로 했다. 사실상 총액대출을 9조원에서 12조원으로 늘린 것이다. 또 총액대출 금리도 연 1.25%에서 연 0.5~1.25%로 낮춰 경기부양효과를 겨냥했다. 금리인하 대신 실질적 자금공급 확대라는 '미세조정'을 택한 한은의 결정은 무난해 보인다.
한은이 기대와 달리 금리를 동결한 건 미약하지만 경기회복 기미 때문이다. 연간 성장률 전망을 정부(2.3%)보다 높은 2.6%로 잡은 배경도 거기에 있다. 수출 증가세, 미국 유럽연합(EU) 일본의 3대 권역 금융완화에 따른 글로벌 경기회복 변수도 감안됐다.
인플레이션 우려와 금리인하 효과에 대한 회의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줬다. 한은은 지속되는 통화완화 기조 등에 따라 하반기 물가 상승률이 상반기 1.6%의 두 배인 3.2%까지 급등할 수 있다고 봤다. 여기에 최근 국고채 금리가 기준금리보다도 낮아질 정도로 풍부한 시중자금, 가계부채로 인한 금리인하의 소비 진작 효과의 제한 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금리인하의 '약발'이 제대로 먹힐지도 자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정부 경기활성화 정책에 대한 공조 의지에 대해 "현재 정부와 정책조화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년을 돌아보면 통화정책이 (재정정책보다) 훨씬 더 완화적으로 움직였다"는 게 공조 판단의 근거다. 그러면서도 "한은은 중기적 시각에서 국민경제 발전을 고민하며, 이는 대체할 수 없는 가치"라고 덧붙인 속내는 경기활성화 조치의 필요성엔 공감하지만, 금리인하 카드까지 쓸 상황은 아니라는 시각을 고수한 것이다.
한은의 결정이 이루어진 만큼 더 이상의 금리 논란은 불필요하게 됐다. 한은 총재의 거취를 따질 게 아니라면, 공연한 공박보다는 국회의 경기활성화 관련법 통과에 당정의 힘을 모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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