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강원 원산 인근으로 옮긴 중거리 탄도 미사일 탑재 차량을 격납고에 숨겼다가 끌어내거나, 미사일 발사대를 세웠다 눕히는 행동을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함남 함흥과 원산 사이 동한만 일대에 가져다 놓은 이동식 미사일 발사 차량(TEL)들의 위치를 수시로 바꾸는 정황도 포착됐다. 군 당국은 기습 발사를 위한 북한의 기만 전술로 판단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11일 "북한이 미사일을 격납고로 옮겨 은닉했다가 다시 꺼내 전개하는 행동을 반복하고 있어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교도통신은 이날 "북한 원산에 배치된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가 상공을 향하고 있는 것을 일본이 정찰 위성으로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강원과 함남 지역에 걸쳐 있는 동한만 일대의 북한 미사일 기지들을 집중 감시 중인 한국과 미국 정보 당국은 북한이 한미 감시망을 피하려는 의도로 스커드ㆍ노동 미사일을 실은 차량 4, 5대의 배치 장소를 수시로 옮기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군 당국은 북한군이 이미 중거리 미사일 무수단의 발사 채비를 마쳤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북한 미사일 부대가 지난 9일쯤 무수단에 액체 연료를 주입한 데 이어 이튿날 미사일 궤도 추적용 전자 장비인 텔레메트리(원격계측기)를 장착했다는 첩보에 근거해서다. 무수단은 2007년 작전 배치 뒤 시험 발사가 이뤄진 적이 없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 준비를 끝내고도 속임수를 쓰거나 미사일 행방을 감추려는 것은 미사일 동향을 관측하는 한미의 피로감을 극대화하고 정보 분석에 혼선을 유발한 뒤 기습적으로 미사일을 발사, 요격을 피하려는 의도라는 게 군 당국의 분석이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미사일 발사 시간과 장소, 방향을 숨기려고 고도의 기만 전술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는 군사위성과 고공 정찰기(U-2), 이지스 구축함, 탄도탄 조기경보 레이더(그린파인), 공중조기경보통제기(피스아이) 등 정보자산을 총동원, 북한 미사일의 움직임을 추적하고 있다. 특히 미국이 탄도 미사일의 예상 궤적과 낙하 지점을 계산할 수 있는 전자 정찰기인 코브라볼(RC-135S)을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 공군 기지에 배치했을 거라는 추측도 제기된다.
국방부는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이 우리 영토에 떨어지거나 국민의 안전을 위협할 경우 군의 요격 체계인 패트리엇(PAC-2)으로 요격하겠다는 방침이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전국을 다 커버하지는 못하지만 패트리엇 미사일이 막을 수 있는 구역 내에 북한 미사일이 들어올 경우 요격에 나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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