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감축ㆍ자산매각 등으로 법정관리ㆍ워크아웃 종료 기대감, 주택사업에 역량 집중돼 다각화 실패하면 정상화 불투명
시공능력평가 29위인 풍림산업은 이달 4일 법정관리에서 벗어났다. 지난해 5월 미분양 주택 증가에 따른 자금경색으로 법정관리에 들어간 지 11개월 만이다. 법정관리 종료의 대가로 엄청난 구조조정을 겪어야 했다. 2009년 4월 기업개선절차(워크아웃)이 개시될 당시 풍림산업 직원 수는 1,300여명. 하지만 법정관리가 종료된 지금 직원 수는 4분이 1에 불과한 340명 정도다. 풍림산업 관계자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사옥 매각 등으로 어려운 시기를 벗어났다”며 “50여년 간 쌓아온 사회간접자본 수주 실적을 바탕으로 공공수주를 확대해 회사를 조기 정상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부동산경기가 좀처럼 되살아나지 않고 있지만, 중견건설사들은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이들은 인력 감축과 자산 매각 등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동시에 영업실적도 점차 좋아지면서 정상화를 향해 꾸준히 나아가고 있다.
1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2012년 7월 법정관리에 들어간 벽산건설은 지난해 12월 기업회생인가를 승인 받았다. 벽산건설은 2010년 아파트 준공이 많이 이뤄졌지만 분양자들의 잔금납부 실적이 나빠지면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해 그 해 9월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이후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었으며, 550여명이던 직원이 250명대로 줄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에도 워크아웃 상황을 겪느라 팔 자산마저 변변히 남아있지 않은 벽산건설로서는 어쩔 수 없는 자구책이었다. 벽산건설 관계자는 “회생계획안 인가로 조만간 법정관리를 종료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게 됐고 재기의 발판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0년 10월 워크아웃에 들어간 신동아건설은 워크아웃 개시 후 처음으로 세종시에서 538가구 아파트 분양에 나선다. 건설경기 침체로 경기 고양시 덕이지구 등 프로젝트파이낸싱(PF) 주택사업장에 자금이 묶이면서 유동성 위기를 겪었던 신동아건설은 워크아웃 개시 후 직원의 3분의 2인 400명이 회사를 떠났다. 신동아건설 관계자는 “세종시의 분양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4ㆍ1부동산대책의 효과로 미분양을 일정 부분 털어내고 있어, 예정보다 빨리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2009년 2월 PF사업장 과다에 따른 부실우려로 1차 건설업 구조조정 당시 워크아웃 대상으로 결정된 동문건설은 2번에 걸친 구조조정 등으로 300명이던 직원 중 170명이 회사를 떠났다. 또한 고양시 일산 덕이지구 1,400세대 규모 아파트를 현대산업개발에 3,200억원에 매각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작업도 진행했다. 절치부심하던 끝에 지난해 부산 사상구에서 3,600세대의 대단지인 ‘백양산 동문굿모닝힐’을 분양했고 계약률이 85%에 달할 정도로 사업에 성공했다. 동문건설의 영업이익은 2011년 40억원, 지난해 19억원 등으로 꾸준히 흑자행진을 하고 있고 올해도 흑자를 예상하고 있다.
이 같은 경영개선에도 불구하고 중견 건설사의 향후 전망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 해외플랜트 등 사업 다각화가 잘 이뤄진 대형사와 달리 중견 건설사들은 국내 주택사업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다. 벽산건설과 풍림산업, 동문건설 등은 유동성 위기 전 국내 주택사업 비중이 70~80%에 달했다. 하지만 국내 부동산시장은 단기간에 호전 기미가 보이지 않아 지속적인 수익 창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해외시장 개척도 중견건설사들이 뚫고 나가기가 만만치 않아 활로 찾기가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강영길 대한건설협회 홍보실장은 “중견건설사들의 경영 상황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으나 대부분은 인력 감축과 자산매각을 통한 것”이라며 “국내 건설경기 회복과 국제 경쟁력 강화 등 자체 노력이 결합돼야 안정적 경영기반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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