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경기 침체와 극심한 노사분규로 얼룩져 장기간 개점휴업 상태였던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가 마침내 일감을 따냈다. 무려 5년만의 수주다.
1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한진중공업은 한국전력 발전자회사 5곳이 발주한 유연탄 운송용 벌크선(15만톤급) 9척 중 3척을 건조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나머지 6척은 성동조선해양(4척)과 STX조선해양(2척)이 각각 배정받았다.
아직 해운사와 조선업체 간 정식 인수의향서(LOI)가 체결된 것은 아니지만, 업계에서는 수주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당초 지난달 건조업체를 선정할 계획이었으나 선사협의체가 물량배정 등을 놓고 이견을 보여 조선 3사에 우선협상대상 사실을 먼저 통보한 것"이라며 "조만간 공식 계약을 맺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OI가 체결되면 늦어도 상반기 안에 본 계약도 성사될 전망이다.
발전 자회사들이 발주한 유연탄 운송선은 수주 가뭄에 시달렸던 한진중공업이 사활을 걸었던 사안이다. 군함 같은 방산물량을 제외하곤 2008년 9월 이후 단 한 척의 배도 건조하지 못했던 영도조선소로선 놓칠 수 없는 물량이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발전회사들이 원료로 쓰는 유연탄을 18년간 실어 나를 수 있는 벌크선 용선입찰을 실시하면서 국제입찰을 실시하지 않고 국내 해운사(현대상선 한진해운 STX팬오션 SK해운)에만 맡겼다. 대신 해운사들에게 벌크선 건조는 어려운 형편의 중견 조선사들이 담당하도록 했다. 한진중공업은 모처럼 나온 상선수주를 위해 총력전을 폈고, 노조까지 나서 해운사에 탄원서를 보냈다. 회사 관계자는 "2010년에도 유럽선사와 컨테이너선 4척에 대해 LOI까지 맺었다가 취소된 기억이 있어 최종계약 체결 전까지는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 뿐"이라며 "만약 수주가 확정되면 영도조선소의 재기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는 2011년 정리해고와 크레인 농성 등 극심한 노사갈등 끝에 해고근로자들이 복직하기도 했으나 정작 할 일이 없어 일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물론 이번 벌크선 발주는 총 건조 규모가 4,500억원에 불과하고, 배가 유연탄 수송에 투입되는 시점도 2015~2018년으로 한참 남았다. 하지만 한 척의 수주가 아쉬운 중견 조선사들로선 이 물량조차 '단비'일 수 밖에 없다. 특히 정부가 어려운 여건의 중견 조선사 배려차원에서 일감을 만들어줬다는 점에서 나름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실제로 한진중공업 외에 함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성동조선이나 STX조선해양 모두 채권단 재무관리를 받을 만큼 자금난에 시달리는 조선사들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한국가스공사도 내년 말쯤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7척을 발주할 예정인데 입찰 규모가 유연탄 운송선보다 훨씬 큰 14억달러에 달해 관련 업계의 일감 확보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