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층 가구의 2011년 순자산 규모가 2009년에 비해 10% 이상 감소했다. 2010년 이후 진행된 집값 하락 등 '자산 디플레이션' 충격 탓이다. 이에 따라 실제 소득은 크게 줄지 않았는데도 소비지출은 20~30%가량 감소하는 등 노년층 전반이 극도의 내핍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0일 국민연금공단이 내놓은 '중ㆍ고령자의 경제생활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가구주 연령이 50대 이상인 5,221가구를 조사한 결과, 평균 순자산(1억8,322만원)이 2009년(1억9,403만원) 대비 5.5% 감소했다. 공단은 2009년~2011년의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실질 자산가치(2011년 1억8,322만원ㆍ2009년 2억527만원)로 평가하면 감소율이 10.7%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집값 하락과 증시 침체 등이 고령층 생존의 최후 보루인 보유자산의 가치를 10% 이상 갉아 먹은 것이다.
자산가치 하락은 노년층의 불안심리를 자극해 연령대가 올라갈수록 허리띠를 졸라매는 현상이 심해졌다. 60대 가구의 2011년 명목소득(2,385만원)은 2009년(2,356만원)보다 소폭 증가했으나, 소비지출(1,970만원→1,724만원)은 12.4%나 감소했다. 물가 상승에 따른 실질 구매력 변화까지 반영하면 소비지출 감소 폭은 17%를 넘어선다는 게 공단 추산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자산 규모가 적은 고연령층의 내핍 강도가 크다는 점. 70대 연령층의 실질 소비감소 규모는 23%를 넘었고, 80대 연령층의 감소 폭은 27.8%를 기록했다. 순자산(1억484만원)이 고령층 평균의 절반에 불과한 80대 가구는 ▲예금이자 ▲자녀지원 ▲정부보조금 등을 합친 연간 총소득(2009년 835만원→2011년 799만원)이 36만원 감소했으나, 실질 소비지출(2009년 979만원→708만원)은 270만원 이상 줄였다.
숭실대 황원일 교수는 "기대여명은 늘어나지만 자산 디플레이션으로 보유자산의 가치가 감소하면서 고령층이 생존을 위해서라도 소비지출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며 "일정 수준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하는 게 노인 취약계층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사에서 고령층의 59.3%는 "은퇴 후 타인 도움 없이 생활할 수 있는 '독립적 경제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또 노후대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묻는 질문에 45%가 '경제적 문제'라고 답했으며, '건강ㆍ의료'(43.9%)가 뒤를 이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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