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협박ㆍ공갈을 해도 대가는 없다. 동시에 대화의 문도 열어 놓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10일 메시지에는 차분하지만 단호한 안보 위기 관리라는 대북정책 원칙이 응축적으로 담겨 있다. 여기에는 우선 북한이 위기를 고조시키면 한국과 국제사회가 지원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것은 물론 북한의 도발에는 강력한 응징이 뒤따를 것이라는 경고의 뜻이 들어 있다. 동시에 북한이 '올바른 길'로 나아가면 남북 경협 확대와 대규모 인프라 투자 등 상응한 지원을 하겠다는 의사도 분명히 밝힌 것이다.
박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전쟁 억지력을 강조하면서도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강조해왔다. 이명박정부보다 유연해진 대북 접근법이란 평가를 받았음에도 북한은 계속 위협 수위를 올리면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전제조건인 '올바른 길'에서 벗어나기만 했다. 북한은 남북관계 최후 보루인 개성공단 가동을 잠정 중단하고 동시 다발 미사일 발사 준비도 마친 상태이다.
박 대통령의 고심은 깊어 보인다. 확고한 안보를 바탕으로 북한의 태도 변화 시에는 대규모로 지원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한 발짝도 진전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개성공단 가동 잠정 중단에 대해 "매우 실망스럽다"는 박 대통령의 발언에도 녹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협박에 대가는 없다'고 강조한 것은 북한이 벼랑 끝 전술을 통해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더라도 당근을 제시하는 식의 적당한 타협은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박 대통령은 9일 국무회의에서도 "위기를 조성하면 타협과 지원을 하는, 끝없는 악순환을 언제까지 반복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이명박정부의 연평도 포격 대응 논란도 단호한 대응을 한층 강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다. 박 대통령이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군에 "일절 정치적 고려를 하지 말고 초전에 강력 대응해야 한다"고 지시한 것도 도발 시에는 강력한 응징을 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면서도 박 대통령은 '올바른 길'을 전제로 북한과의 대화의 문은 열어놓겠다는 의지는 거둬들이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이 이날 국회의장단 오찬에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북한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면 유지된다"고 밝힌 것도 북한이 변화하면 적극 지원하겠다는 시그널을 보낸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역시 북한이 연일 전쟁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상황에서도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수정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이날 일정을 최소화한 채 하루 종일 청와대에 머물면서 북한의 미사일 도발 동향 챙기기에 주력하면서도 국가위기관리센터(일명 지하 벙커)를 방문하지 않은 것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은 집무실에서 보고를 받으면서 굉장히 차분하게 대응하고 있다"며 "국가 안보와 관련해 국민을 불안하게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각 수석실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대북 문제뿐 아니라 부동산 대책 등 일상적 국정 챙기기를 병행했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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