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 본격적인 끝내기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지현이 1로 붙였을 때 백이 그냥 12로 물러서면 가장 알기 쉽다. 하지만 백홍석은 "싸움꾼의 체면상 차마 그렇게 느슨한 수는 둘 수 없다"며 2로 강력히 반발했다. 잠시 후 실전진행에서 나오는 것처럼 호시탐탐 상변 백돌이 움직이는 뒷맛을 노리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흑은 워낙 집이 부족하므로 그쪽을 지킬 여유가 없다. 그래서 이지현이 3으로 붙여 일단 실리부터 챙겼다.
선수가 다시 백에게 돌아왔다. 백홍석이 서슴없이 4, 5를 교환하기에 당시 관전자들은 모두들 "드디어 상변에서 무슨 수를 내려나 보다."며 잔뜩 기대를 했다. 하지만 백홍석은 이 장면에서 잠시 손을 멈추고 생각에 잠기더니 슬그머니 우상귀로 손을 돌려 6부터 10까지 재빨리 선수끝내기를 해치운 다음 얌전하게 12로 물러섰다. 이게 예전과 크게 달라진 점이다. 과거에는 일단 수가 된다 생각되면 형세의 유불리를 떠나 즉각 행동에 옮겼는데 요즘은 상황에 따라 적당히 타협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만큼 노련해졌다는 뜻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성적이 좋아져서 지난해 생애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이제는 흑도 더 이상 상변을 방치할 수 없다. 그래서 이지현이 13으로 지켰는데 안타깝게도 이게 마지막 패착으로 지적됐다. 지금은 이보다 한 칸 좁혀서 A로 단수 쳐서 보다 확실하게 지키는 게 정수였다. 이지현은 조금이라도 더 실리 이득을 챙기기 위해 최대한 버틴 것이지만 다음 순간 백홍석의 통렬한 마무리 펀치가 작렬했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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