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최대 주주 가족 소유의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재산을 증여하는 행태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은 관련법이 부실하다는 이유로 책임을 미루며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감사원이 10일 발표한 주식변동 및 자본거래 과세 실태 감사 결과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2001년 2월 비상장법인인 현대글로비스를 설립한 뒤 물류 업무를 이 회사에 몰아줬다. 그 결과 현대글로비스에 20억여원을 출자한 결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아들인 정의선 부회장의 주식 가치는 2조원 이상 치솟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비상장법인에 IT 일감을 몰아준 뒤 인건비 등을 높게 책정하는 방식으로 경제적 이득을 챙겼고,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동생이 설립한 비상장법인에 스크린 광고영업대행 독점권을 넘겼다.
일감 떼어주기 사례를 보면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자녀와 배우자 등은 2개 회사를 설립한 뒤 롯데시네마 내 매장을 싼값에 임대 받았다. 이들은 현금 배당 280억여원과 주가 가치 상승 이익 782억여원의 이익을 챙겼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딸은 2005년 1월 사업 분할 형태로 한 업체를 설립한 뒤 신세계 계열사로부터 저가에 매장을 제공받았고, 강덕수 STX그룹 회장은 자녀 명의 회사에 사원아파트 신축공사 물량을 몰아줬다.
또 신준호 프루밀 회장은 자신이 소유한 대선주조 증설 예정 부지가 산업단지로 지정될 것이란 정보를 알고, 손자 등 4명에게 127억원을 빌려주며 주식을 사게 했고 손자 등은 1,025억원의 양도차익을 챙겼다.
이 과정에서 국세청은 증여 시기 및 이익산정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았고, 기재부는 해당 업무는 국세청이 파악해야 하는 것이라고 책임을 미룬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감사원 관계자는 “편법적 방법으로 부를 이전 받은 9개 업체 주주들에게 증여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마련토록 기재부와 국세청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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