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가구전시회로 꼽히는 이탈리아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i Saloni 2013)가 9일(현지시간) 개막했다. 밀라노 교외의 종합 전시관 '피에나 밀라노'에서 14일까지 이어지는 행사에는 전세계 2,500여개 업체가 참가했고, 160개국 30만명이 현장을 찾을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로 52회를 맞은 밀라노 가구박람회는 독일 쾰른, 미국 하이포인트 박람회와 함께 세계 3대 박람회로 일컬어진다. 특히 독일이나 미국에 비해 규모도 더 크고, 디자인의 변화를 가장 선도적으로 반영해 한 해 글로벌 트렌드의 첨단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다.
이번 박람회 주제는 '혁신'. 하지만 유럽 재정위기 탓인지 혁신적 디자인의 신제품이 줄어든 반면 불황의 그늘이 출품 가구 디자인에도 그대로 드러났다. 주최측이 밝힌 올해 가구 트렌드의 특징은'옛 것의 부활(revivals)'이다. 참가 기업들이 새 디자인을 내놓기 보다는 과거 명작 가구에서 모티브를 얻은 신제품을 주로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대형 가구 업체 드리아데(Driade)는 산업 디자이너 안토니아 아스토리가 1980년대 디자인한 탁자를 전시했다. 이탈리아 조명회사 플로스(Flos)도 1939년~1973년에 활동한 지노 사르바티의 디자인에 LED조명을 사용한 5개의 제품을 선보였다.
스타일의 '변형'만을 추구한 작품들도 적지 않았다. 고전 스타일을 추구하는 전문회사는 현대성을 가미하고, 현대적 스타일을 추구하는 회사는 고전성을 가미함으로써 상호보완적 성격의 제품이 늘어난 것. 이 밖에도 침대, 소파, 장식장을 가리지 않고 주요 색상으로 연한 회색, 베이지색 등 무채색을 쓰되 포인트를 주기 위해 노란색 보라색 녹색 등의 제품을 더한 것이 눈에 띄었다. 이탈리아 고급 가구업체 체코틱(Ceccottic) 관계자는 "기계가 아닌 장인들의 제작 솜씨에 유명 건축가들의 디자인(현대성)을 더했다"고 말했다.
현장을 둘러본 에이스침대 안성호 사장은 "경기침체로 가구회사들이 투자를 줄인 게 눈에 보인다"며 "최근 2년간 전시장 인테리어도 그대로이고, 신제품 보다는 색상이나 소재를 바꾸는 등 기존 디자인의 수정 및 변형에 포커스를 두고 있다"고 올해 트렌드를 설명했다.
한편 신진 디자이너가 참가하는 창작전(Salone Satellite)에는 한국인 디자이너 김태우, 김지현씨 등 7개 팀이 작품을 출품, 눈길을 끌었다.
밀라노=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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