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로 예정된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의 장례식을 앞두고 영국 경찰이 긴장하고 있다.
경찰은 신자유주의 정책을 밀어붙인 대처와 갈등했던 극좌파 조직이나 북아일랜드 무장조직인 아일랜드공화국군(IRA)의 테러 가능성을 우려해 치안을 강화하고 있다고 9일 밝혔다. 이 때문에 장례식 당일 운구 행렬이 시작되는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장례식장인 세인트폴 성당까지는 거리가 통제된다.
1981년 당시 영국에 수감돼있던 IRA 병사들은 단식투쟁을 하다 10명이 숨졌으며 이를 계기로 IRA는 대처 총리와 격렬하게 맞섰다. 이들은 1984년 보수당 연례회의에서 폭탄 테러 공격을 감행, 대처의 측근 2명을 숨지게 했다. 패트릭 머서 하원의원은 “IRA는 1981년 이후 가장 혐오하는 인물로 대처를 꼽았다”면서 “IRA가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대처의 장례식을 이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찰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시위나 테러 행위와 관련한 내용을 검열하는 한편 유력 용의자 등을 미리 체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반 대처 세력은 13일 오후 런던 트라팔가 광장 등의 시위 계획을 예고했다. 브리스톨과 글래스고 등에서도 대처의 사망을 축하하는 파티와 대규모 시위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영국 정보국(MI5)과 경찰, 왕실 그리고 대처의 유족들은 2009년부터 ‘트루 블루(True Blue)’라는 작전명으로 대처의 장례식을 준비해왔다. 이 작전명은 푸른색 옷을 즐겨 입던 대처의 별명에서 따왔다. 800만파운드(140억원) 가량으로 추정되는 장례식 비용은 대처 재단이 주로 부담하고 정부는 일부를 보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영국 정부의 전자청원사이트에는 장례식에 세금을 쓰는 것에 반대한다는 청원이 3만여건이나 올라와 논란이 되고 있다.
장례식에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부부가 이례적으로 참석한다. 여왕은 정치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1965년 윈스턴 처칠 총리 장례식 참석 이후 총리 등 정치인에게 조문하지 않았다. 여왕과 달리 좌파 출신의 조르지오 나폴리타노 이탈리아 대통령은 장례식에 불참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밥 카 호주 외무장관은 9일 abc방송에서 “대처 전 총리가 예전에 호주가 아시아 이민자들을 너무 많이 받아들이면 결국 식민지가 본국을 차지하게 된다고 말한 적이 있다”며 “말레이시아 출신인 내 아내가 근처에 서 있는데도 염치없는 인종차별주의자적인 발언을 했다”고 비난했다.
영국 하원은 10일 데이비드 캐머론 총리가 주재하는 대처 추모 토론회를 열었다. 일부 의원들은 “정부 주도의 찬양”이라며 불참했다.
장례식은 2002년 여왕 모친의 장례식을 지휘했던 말콤 로스 경이 진행하며 고인이 좋아했던 영국 작곡가 에드워드 엘가의 음악이 사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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