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의 창립정신은 유지하되 뉴 미디어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방법도 치열하게 모색해 볼 생각입니다."
과학평론가 주일우(46ㆍ사진)씨가 홍정선 인하대 교수의 뒤를 이어 출판사 문학과지성사의 새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문지 40년 역사에 첫 이공계 출신 대표이사가 된 그가 3월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4월1일자로 대표이사에 취임, 업무를 시작함으로써 문지 3세대 동인이 출판사 운영과 책임의 전면에 나서는 세대교체 작업이 마무리됐다. 문학 동인들의 공동 소유라는 독특한 운영 형태를 취하고 있는 문지가 문지4K(김병익 김주연 김치수 김현)로 통칭되는 1세대, 창간 동인인 정과리 홍정선 권오룡 성민엽 등의 2세대에 이어 이광호 우찬제 등 3세대 동인으로 권한을 이양함에 따라 문지 3기 출범의 닻이 올랐다.
연세대 생화학과를 졸업한 후 서울대에서 과학사(석사),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서 환경학(박사)을 공부한 주 신임대표는 과학 평론가로 먼저 이름을 알렸지만, 출판, 전시, 공연, 축제 등 전 문화ㆍ예술 분야에 걸쳐 다양한 소통의 활로를 모색해온 문화기획자이자 과학과 문화의 경계를 해체하는 통섭의 지식인이기도 하다.
문지와는 1996년 창간한 문화예술 종합 무크지 동인으로 인연을 맺었다. 이후 문지문화원 사이의 기획실장으로 일하다가 지난해 9월 편집주간 겸 상무이사로 문지에 둥지를 틀었다. 주 신임 대표는 "3세대 동인 중 가장 시간 운용이 자유로운 제가 대표를 맡은 것일 뿐 운영은 동인들과 함께 한다"고 강조하며 "젊은 문학, 실험적인 작품들은 계속해서 지원하고 한국 문학의 전통을 구축한 작가들과도 견고한 관계를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상업주의와 정치성에 함몰되지 않는 예술적이고 실험적인 작품들을 강력하게 지지해온 문지의 전통은 계속되겠지만, 진용이 새로 꾸려짐에 따라 문지의 출판 방향에도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주 대표는 "문지가 문학 중심의 출판사이긴 하지만 사명(社名)이 문학과 지성인 만큼 지성분야에서는 인문적 역량을 좀 더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 대표의 취임으로 문지에 큰 변화가 온다면 그것은 아마도 출판 매체와 방식의 변화일 듯싶다. 그는 "뉴미디어의 등장으로 매체가 다변화된 현 상황에서 출판사의 역할이 종이 매체에 국한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우리 저자들이 생산해내는 콘텐츠를 다양한 매체에 어떻게 실어 유통할 것인가, 영상과 소리 등 다양한 기능을 가진 매체들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를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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