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공산품이 아니라 다양하게 파급되는 종합예술품입니다. 아날로그적 감성을 담은 책이 계속 존재하도록 하는 게 내 사명입니다."
책 디자인을 예술의 경지로 이끈 출판 아티스트 게르하르트 슈타이들(63)이 11일 개막하는 대림미술관의 '하우투 메이크 어 북 위드 슈타이들(How to Make a Book with Steidl):슈타이들 展'을 앞두고 한국을 찾았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딴 독일 최고의 아트북 출판사 슈타이들의 대표로 출판과 인쇄의 전 과정을 예술 형식으로 완성한 독보적 인물로 평가받는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귄터 그라스, 다큐 사진 선구자 로버트 프랭크, 샤넬 수석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 팝 아트 작가 짐 다인 등 완벽주의 아티스트들과의 작업으로 명성을 얻었으며, 샤넬, 펜디 등 상업 브랜드나 구겐하임미술관 등의 인쇄물도 제작했다.
10일 만난 슈타이들은 아날로그적 감성과 장인정신을 유독 강조했다. 그는 슈타이들의 직원 50명은 각 분야 전문가로 제지와 제본 작업을 제외한 책의 전 제작단계를 한 지붕 아래에서 끝낸다는 원칙 하에 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는 패션 사진가 코토 볼로포의 콜라주와 사진작업, 귄터 그라스와 그림형제의 문학작품 표지와 일러스트 디자인 과정을 살펴보고 인도 여성사진가 다이아니타 싱의 설치작품과 작품집을 선보인다. 또한 사진작가 로버트 프랭크의 '디 아메리칸스(The Americans, 1958)'의 사진 인쇄 판본과 출간 50주년을 맞은 사진집이 슈타이들의 손을 거쳐 재탄생되는 과정을 살펴보고 팝아티스트 짐 다인의 원본 판화와 작품이 책 속에 재현되는 과정을 파노라마처럼 보여준다. 열일곱 살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진사, 스크린 인쇄사, 출판사 자격증을 획득해 열여덟 살에 자신의 출판사를 설립한 후 40년 넘게 인쇄전문가이자 출판인으로 산 그의 이력이 고스란히 묻어날 정도로 섬세하다.
전시는 타이포그래피, 이미지의 사이즈, 책 표지의 선택 등 디자인 요소의 결정, 제본과 최종 인쇄에 이르는 출판 전과정을 관람객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슈타이들은 이번 전시를 잘 쓰인 요리책에 비유하며 "책에 관심있는 이들이 전시를 통해 훌륭한 책을 만들기 위한 모든 재료를 직접 체험하고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10월 6일까지. 관람료 1만원. (02)720-0667.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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