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부조리를 신랄하게 꼬집은 영화 두 편이 동시에 선보인다. 18일 개봉하는 '공정사회'와 '노리개'가 그 주인공들이다.
'공정사회'는 2003년 딸의 성폭행범을 직접 찾아낸 엄마의 이야기를 모티프로 한다. '늑대소년' '이웃사람' 등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장영남이 보험회사에 다니며 10살 딸아이를 혼자 키우는 엄마 역을 맡았다. 어느 날 만신창이가 돼 돌아온 어린 딸을 안고 그녀는 오열을 한다. 수사해달라 경찰서를 찾아갔지만 담당형사는 절차상 문제를 운운하며 자꾸 미루기만 한다. 별거중인 유명 치과의사인 남편 또한 자신의 명예가 실추될까 오히려 사건을 은폐하려 전전긍긍한다. 결국 그녀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범인을 잡아 단죄하려 한다.
해운대' '통증' 등에 프로듀서로 참여했던 이지승씨의 첫 감독 데뷔작이다. 단돈 5,000만원의 제작비에 9회차로 모든 촬영을 마친 사실상 독립영화다. 저예산으로 제작됐지만 시종일관 긴장감이 넘치고, 상처받은 모녀의 무의식을 세련되게 시각화한 점 등이 돋보인다
'노리개'는 2009년 '술 시중과 성상납을 강요 받았다'는 문건을 남긴 채 자살한 고 장자연씨 사건이 모티프다. 영화는 법정드라마 형식으로 여배우 정지희(민지현 분)가 소속사 대표의 강요로 여러 술자리에서 성접대를 하다 결국 자살에 이르고 친오빠가 소속사 대표를 고소하면서 그에 대한 재판이 이뤄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최승호 감독은 장자연씨 죽음에 대한 재판을 보면서 이 영화를 만들자는 결심을 굳혔다고 한다. 가해자의 터무니 없이 적은 형량과, 장자연씨가 죽음으로 알린 언론 경제계 연예계 인사들의 추행이 제대로 조사받지 않았거나 무혐의 처분 된 것을 보고 국민이 생각하는 상식이 권력과 사법 시스템의 침묵의 카르텔 앞에 무너졌다고 느꼈다.
사회 고발을 담은 두 영화는 모두 시종일관 무겁다. 단 한 순간의 유머와 웃음도 배제한 채 진지하게 접근하려 한다. 하지만 때론 너무 극단적이거나 자극적인 설정이 자연스러운 감정이입을 방해하기도 한다.
'공정사회'의 경우 결말부분 복수스릴러로의 급작스러운 전환이 조금 느닷없어 보인다. 복수 자체도 너무 헐거워 좀더 치밀한 장치 설정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남긴다.
'노리개'에선 언론사 사주가 피해 여성과 변태적 성행위를 하는 장면을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최 감독은 "가해자들의 악행을 한 두 신에서 전부 표현해야 했다. 이들의 악마성을 보여주기 위한 극적인 장치가 필요했다"고 밝혔지만 너무 극단적으로 표현해 리얼리티도 잃고 주제 자체도 희화시키는 느낌이다.
한 평론가는 "보다 치밀하고 차분하게 물고 넘어졌더라면 극의 잔인성을 더 부각시켰을 것을 영화가 먼저 흥분하다 보니 제대로 된 폭발력을 얻지 못한 것 같다"라며 "사회적 신드롬을 일으켰던 '도가니'나 '부러진 화살'의 경우 내용은 신랄하지만 표현은 자극적이지 않았다. 그러한 차분한 화법이 오히려 관객의 마음을 헤집고 탄식과 분노의 눈물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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