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투자은행(IB) 도입을 골자로 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3년 만에 국회 처리를 눈 앞에 두고 있어 증권가는 고무된 분위기다. 거래급감 등으로 고사위기에 몰린 증권투자업계로서는 이번 법 개정을 통해 “IB 업무 등 새 수익원 발굴과 함께 업계재편이 가속화될 것”이라며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란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10일 국회 정무위는 전체회의를 열고 9일 법안심사소위에서 통과시킨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법제사법위에 상정했다. 돌발상황이 없는 한 개정안은 이달 임시국회에서 통과돼 내달부터 시행된다. 개정안에는 그 동안 금융권이 요구해온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증권사 IB 업무 허용 ▦대체거래시스템(ATS) 도입 ▦기업에 대한 신용공여 등 종합금융투자 사업 가능 등이 담겨 있다.
개정법이 발휘되면 우선 2011년 법 통과를 전제로 이미 대규모 증자를 완료한 삼성ㆍ우리ㆍKDB대우ㆍ현대ㆍ한국투자증권 등 대형사들이 바빠질 전망이다. 정길원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1년 이상 법개정만 기다려온 이들 5개 대형증권사들은 기업 인수합병(M&A) 자금 대출과 비상장주식 직거래, 헤지펀드 거래ㆍ집행ㆍ결제 등이 가능해져 곧바로 본격적인 글로벌 금융회사로의 행보를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길원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IB업무에 자기자본 3조원을 진입장벽을 설치했기 때문에 대형사와 중소 증권사간의 영업 영역이 자연스럽게 분리되고, 증권사간 과도한 가격 경쟁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던 증권업계의 구조적 문제가 많이 해결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자연스럽게 증권 업계 개편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우다희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자본력에 따라 대형사는 대형 IB로, 중소형사는 중소기업 M&A와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한 고객 파이낸싱 업무 등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ATS를 도입해 자본시장의 인프라를 개혁하겠다는 것도 이번 개정안의 중요 내용이다. 한국거래소와 별도로 주식을 사고 팔 수 있는 ATS가 도입될 경우 57년 만에 거래소 독점구조가 해체돼 증권사의 비용 부담도 줄어들 전망이다. 또 한국거래소는 공공기관에서 해제되게 된다.
하지만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있다. 홍성준 투기자본감시센터 사무처장은 “미국 등 선진국도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을 투자은행의 무분별한 확장으로 보고 금융회사의 대형화 및 위험 투자를 막기 위해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며 “이미 실패한 시스템을 도입하기 보다는 금융회사의 과도한 돈 잔치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금융거래세를 도입해 시장 안정화를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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