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그간 자의적 기준을 적용해 국민이 세금으로 갚아야 할 국가부채를 실제보다 70조원 가까이 적게 추계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전보다 엄격한 발생주의 회계 기준을 적용해 2012년 말 현재 국가결산을 실시한 결과, 총자산(1,581조1,000억원)에서 부채(902조4,000억원)를 뺀 순자산이 전년(749조5,000억원)보다 70조8,000억원 감소한 678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대한민국 정부의 순자산이 급감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주문에 따라 공무원ㆍ군인에게 지급될 퇴직연금 추정 기준을 현실화하면서, 연금 충당부채가 94조8,000억원이나 늘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기재부는 연금부채를 계산할 때 공무원ㆍ군인의 기대수명은 2006년 통계청 추정치(2050년 남성 82.8세)에 맞추고, 20년 미만 재직 군인은 일시 퇴직금만 받는다는 비현실적 기준을 적용해왔다. 부채 규모를 축소하기 위해 부실기업이 사용하는 분식회계를 해 온 셈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기대수명을 2011년 추정치(85.09세)로 바꾸면서 33조9,000억원, 20년 미만 재직 군인도 연금 수급권자가 될 것으로 계산하니 25조5,000억원의 부담이 추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엄격한 새 기준에 따라 계산된 광의의 국민 1인당 부채는 1,816만원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연금 부채가 제외된 기존 1인당 국가채무(888만원)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것이다.
기재부 안팎에선 재정통계 투명성에 대한 박 대통령의 의지가 강한 만큼, 앞으로도 정부가 숨겨 놓은 부채를 인정하는 사례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박 대통령은 국회의원 시절부터 "국민이 나중에 세금으로 갚는 빚이 실제로 얼마나 되는지가 중요하다"며 "연금 충당부채와 공기업 부채를 국가채무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지론을 펴왔다. 기재부 관계자는 "박 대통령 주문에 따라 공기업 부채까지 반영한 국가채무 통계가 연말 발표될 예정인데, 이 경우 광의의 국가채무가 1,200조원을 넘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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