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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택 누린 금융가 “슬픈 날”… 일자리 뺏긴 광부들 “마녀가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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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택 누린 금융가 “슬픈 날”… 일자리 뺏긴 광부들 “마녀가 죽었다”

입력
2013.04.09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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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뿐 아니라 세계를 바꿔 놓은 몇 안 되는 지도자였다. 마거릿의 영향은 그렇게 지대하다."(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현대 역사상 가장 파괴적인 총리였다. 대처는 싸움꾼이었고 상대는 영국 노동자 계층이었다. 대처의 장례식을 민영화하자. 경쟁입찰에 붙여서 가장 싼 값을 제시한 회사에 맡기자. 그것이 대처가 원하는 것 아닌가."(지난해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자인 영국 거장 감독 켄 로치)

신자유주의 시대를 열었던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가 8일 타계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전세계의 반응은 극과 극으로 갈렸다. "위대한 지도자"라는 칭송과 "지옥에 떨어졌을 것"이라는 경멸이 병존했다. 대처의 신자유주의가 수많은 논란을 남기면서 그의 강렬한 족적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이 아름답지만은 않다.

AFP통신에 따르면 대처의 규제완화 혜택을 가장 많이 받은 영국 금융가는 "슬픈 날"이라며 애도했다. 반면 런던 남부 지역에서는 수백명이 모여 기쁨의 파티를 열었다. 곳곳에서 "즐거워 하라. 대처가 죽었다" "딩동! 마녀가 죽었습니다"라는 피켓도 보였다. 영국 탄광노조(NUM)는 "대처는 자유시장의 상징이었지만 이들이 취한 이익은 소수에게만 돌아갔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NUM 사무총장 크리스 키친은 "오랫동안 대처가 사라지길 기다려왔기 때문에 그의 죽음을 유감이라고 할 수 없다"며 "대처가 땅에 묻히면서 그의 정책들도 함께 사라지길 기대할 뿐"이라고 밝혔다.

대처는 국영탄광 20곳을 폐업하고 2만여명의 탄광노동자를 해고했다. 당시 노동계층의 처참한 현실은 영화 '브래스트 오프' '빌리 엘리어트' 등을 통해 그려졌다. 영국 탄광노동자 출신인 데이비드 호퍼는 "70세 생일인데 내 생애 최고의 날"이라며 "기뻐서 술 한잔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세계 정상들은 강력한 지도자에게 대체로 칭송하는 애도문을 발표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위대한 자유의 챔피언을 잃었고, 미국은 진정한 친구를 잃었다"고 했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당대 세계 정치사의 뛰어난 지도자였다"고 평가했다. 미하일 고르바초프 구 소련 대통령은 "대처는 소련과 서방 사이의 분위기를 바꾸고 냉전을 끝내는데 기여했다"며 "대처는 위대한 정치가였고 특출한 사람이었으며 우리의 기억과 역사에 남을 것"이라고 애도했다. 대처를 이은 보수당 후계자격인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대처는 영국을 이끌었을 뿐 아니라 영국을 구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대처 집권 당시 영국과의 포클랜드 전쟁에서 패배한 아르헨티나는 어떤 논평도 내놓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도 "대처 전 총리는 영국의 경제를 살리고 1980년대 영국을 희망의 시대로 이끄셨던 분"이라며 "유가족과 영국 국민에게 다시 한번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한다"고 조의를 표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복지확대 등 대처리즘과는 반대의 길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대처리즘'이 갖는 한계를 가늠해볼 수 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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