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추운 날씨에 무작정 집을 나와 갈 곳 없던 중학교 1학년 A(13)양은 서울 강서구 화곡동 한 모텔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알고 지내던 가출한 '동네 언니'들인 장모(15), 한모(15), 방모(14)양이 다가와 "따뜻한 곳에서 먹여주고 재워주겠다"며 모텔로 A양을 부른 것이다. 그러나 속셈이 있었다.
동네 언니들은 '포주'로 돌변해 성매매를 강요했다. A양이 성매매를 거절하자 A양과 친한 B(13)양까지 모텔로 불러들였다. B양도 성매매를 거부하자 장양 등은 둘을 떼어 놓고는 "다른 친구도 성매매를 했으니 너도 성매매를 해서 돈을 벌어라" "도망가다가 걸리면 남자친구를 시켜 너를 잡아와 때리겠다"며 각각 협박했다.
결국 A양과 B양은 장양 등이 휴대전화 채팅으로 데려온 남성들과 각각 2차례씩 성매매를 하고 번 42만원을 쥐어주고 나서야 3일만에 모텔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이 충격으로 현재 A양은 정신과 치료 중이며 B양은 캐나다로 이민을 갔다.
'10대 포주'들의 범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장양과 한양이 한 살 어린 방양에게도 성매매를 시킨 것이다. 장양과 한양은 지난해 말까지 두 달 동안 방양을 강원과 부산 등지로 끌고 다니며 20차례 성매매를 시키고 화대 100여만원을 빼앗았다. 돈을 벌어오지 못하면 수시로 때리기도 했다. 견디다 못한 방양은 "당해보니 심정을 알겠다"며 장양과 한양을 경찰에 신고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장양과 한양을 구속하고 방양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9일 밝혔다. 장양 등은 경찰에서 '숙식비와 용돈을 벌려고 친구들에게 성매매를 시켰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장양은 경찰 수사를 받는 도중에도 "미성년자는 구속이 안 된다"며 또 다른 친구에게 성매매를 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장양 등은 모두 출석일수 부족, 가정불화 등을 이유로 2년여 전 중학교를 자퇴, 가출한 뒤 모텔과 찜질방을 전전하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급증하는 10대 강력범죄도 결국 장양 같은 '거리의 청소년'문제여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10대 청소년들의 4대 강력범죄(살인, 강도, 강간, 방화)는 2005년 1,549건에서 2011년 3,289건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지난 2011년 10대가 저지른 강도 사건 범행동기 중 '유흥비 마련' 목적이 316건으로 '생활비 마련'(143건)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특히 거리의 청소년 범죄는 조직화, 지능화하는 추세다. 지난 3일 서울시내에서 중앙선을 넘은 택시 등 교통법규 위반 운전자만 골라 교통사고를 내 1억여원의 합의금 및 보험금을 뜯어낸 10대 청소년들이 단적인 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폭력 등을 행사해 학교 밖으로 쫓겨난 청소년들이 거리에서 생존하기 위해 더 강도 높은 범죄를 저지르는 게 된다"며 "범죄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학교와 사회의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