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9일 북한의 개성공단 가동 잠정 중단 사태와 관련해 "투자에는 예측 가능성과 신뢰가 가장 중요한 전제인데 북한이 이런 식으로 국제규범과 약속을 어기고 개성공단 운영을 중단시킨다면 앞으로 북한에 투자할 나라와 기업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이같이 말한 뒤 "북한은 그릇된 행동을 멈추고 한민족 전체의 미래에 도움이 되도록 올바른 선택을 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의 언급은 최근 3차 핵실험과 영변 원자로 재가동 선언,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 철수 조치 등으로 비핵화 및 경제협력 합의 등을 잇따라 파기하는 북한의 움직임에 대한 경고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이어 "개성공단의 정상적 운영이 어려워지면 우리 기업의 피해 보전을 위해 남북협력기금이 지출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그만큼 남북교류협력을 위한 쓰임새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언급은 개성공단이 폐쇄될 경우 피해를 입게 될 우리 기업에 대해 남북협력기금을 통한 피해 보상을 시사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올해 남북협력기금 사업비는 1조979억원에 이른다.
박 대통령은 또 "북한이 그 동안 멀쩡하게 잘 돌아가던 개성공단 조업을 잠정 중단시키겠다고 한 것은 매우 실망스럽다"며 "위기를 조성하면 타협과 지원을 하는, 끝없는 악순환을 언제까지 반복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한편 북한이 전날 공언한 대로 5만3,000여명의 북측 근로자들을 이날 개성공단에 출근시키지 않음에 따라 공단 조업이 사실상 전면 중단됐다. 2004년 이후 개성공단의 조업이 중단된 것은 처음이다. 북한 근로자들은 평소 오전 8시 전후에 개성공단관리위원회가 제공하는 250여대의 통근버스를 이용해 출근했으나 이날은 통근버스가 운행되지 않았다.
정부는 개성공단과 통일부에 24시간 상황실을 설치해 북측 움직임을 예의주시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공단이 계속 유지돼야 한다는 정부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개성공단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북측의 부당한 조치에 의연하게 대처하면서 안정적으로 운영하겠다는 목표를 계속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대책 마련에 들어갔지만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뚜렷한 카드가 없어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북 측에 대화 제의 등 선제적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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