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대선평가위원회가 9일 발표한 대선평가보고서에서 대선 패인으로 꼽은 후보단일화 맹신에 따른 선거전략 미흡과 계파 갈등 및 취약한 리더십 등은 그간 당 안팎에서 여러 차례 지적돼온 문제들이다. 그러나 평가위는 이런 패인의 상당한 책임이 문재인 전 후보를 포함한 친노 주류 측 지도부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후폭풍이 거셀 전망이다.
평가위가 우선 지적한 것은 대선 준비와 전략 기획이 지나치게 미흡했다는 것이다. 5060세대에 소홀했고, 부산ㆍ경남 지역에만 공을 들였고 충청권과 수도권 대책은 상대적으로 미비했다는 것이다.
평가위는 그러면서 이런 전략 부재가 친노 주류인 당 지도부가 '후보 단일화 필승론'을 맹신한 데서 비롯됐다고 판단했다. 평가위는 "당 수뇌부가 단일화 필승론을 과도하게 신봉한 나머지 대선 준비를 소홀히 했다"며 이해찬 전 대표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문 전 후보 자체의 한계도 대선 패인으로 지목됐다. 평가위는 "후보 단일화 과정 등 중요한 국면에서 문 전 후보가 가시적 결정을 내리지 않고 침묵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하면서 "후보 비서실은 청와대 출신들의 재회 장소 같았다는 비판을 살 정도로 사적 인맥이 공조직을 통해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비판했다. 문 전 후보가 여러 세력을 수평적으로 아우르겠다며 시도한 '용광로 선대위'도 방만한 운영과 컨트롤 타워 부재로 혼선을 빚었다며 패인으로 지적됐다.
평가위는 문 전 후보와 안철수 전 후보간 단일화 협상 과정에 대해서는 "쌍방이 무능력했다"며 "양측은 자신이 승리한다는 기본 가정 위에서 협상을 했을 뿐 다른 가능성을 예상하지도 준비하지도 않았다"고 양측 모두를 비판했다.
평가위는 그러면서도 안 전 후보 측이 제시한 '마지막 제안'(가상 양자대결 50%+지지도50%)에 대해 긴급 조사한 결과 문 전 후보가 우세하거나 박빙인 상황으로 나타났음에도 이를 수용하지 않은 점 등을 들며 민주당 책임론에 좀 더 무게를 뒀다.
계파정치에 따른 당의 분열도 핵심 패인으로 지목됐다. 평가위는 특히 "계파 패권주의가 도를 넘은 것이 확실하다"며 그 책임을 친노 주류 세력에게 돌렸다. 계파정치의 전형으로 거론된 것은 지난해 6ㆍ9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해찬 당대표ㆍ박지원 원내대표'로 역할 분담이 이뤄진, 이른바 '이ㆍ박 담합'이다.
평가위는 "총선 패배 책임을 지고 한명숙 대표가 물러났으나 동일한 계파 보스인 이해찬 전 총리가 후임 대표에 출마해 당 대표를 차지한 것이 바로 계파 패권주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당권파는 상존했지만 실질적인 리더가 존재하지 않아 전반적으로 리더십 쇠약증에 시달렸다"고 주류의 리더십 부족을 비판했다.
평가위는 또 민주당 지도부가 4ㆍ11 총선 패배에 대한 평가도 없이 대선에 임했다고 지적하면서 민주정책연구원의 총선평가보고서가 대외비로 처리되고 총선 평가 작업이 중단된 데도 문성근 당시 대표권한대행 등 주류 측 지도부에게 정치적 책임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평가위는 이와 함께 "민주당이 평상시에는 활동하지 않는 휴면 정당으로 국민 신뢰를 받지 못했다"는 점도 주요 패인으로 분석했다.'선거 때만 나타나는 정당'으로서 지역 주민의 일상적 삶에 파고 들지 못해 생활 밀착형 민생정당이나 수권정당으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평가위는 이 같은 패인 분석을 통해 ▲책임정치 윤리의 실천 ▲민주당 뿌리 복원과 강화 ▲계파 헤게모니 청산과 통합의 리더십 ▲생활현장으로 파고드는 민생정치 실현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노장청 조화의 정당 ▲정당의 현대화 등 6가지의 민주당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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